교토는 1868년 메이지유신과 더불어 도쿄로 천도하기까지 1000년 이상 일본의 수도로 지위를 지켜온 역사적인 도시다.
간직한 전통과 문화 때문에 연간 5000만명이 찾는 관광의 도시이자 교세라와 교토대학 등이 들어선 첨단기술과 교육의 도시기도 하다. 최근에는 기후변화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교토의정서, 교토협약 등으로 더 알려졌다.
지난 1997년 12월 교토에서 제3차 기후변화 주요 당사국회의가 개최되면서 교토는 세계적인 환경도시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교토시의 대표적인 친환경 정책 중 하나로 ‘생(省:쇼) 에너지제도(에너지절약제도)’가 있다. 전기제품의 에너지효율에 따라 등급을 매기는 제도로 우리나라의 에너지소비효율등급표시제와 유사하다. 최고 등급은 별 다섯 개를 준다. 강제적 사항은 아니지만 지방정부 차원에서 추진한 것으로 2003년 교토시에서 최초로 시작했다.
시민과 민간단체의 요청에 따른 것이기는 하지만 이를 적극 추진한 교토시와 이들의 요청을 받아들여준 업계의 협력이 빚어낸 결과다.
태양광 주택 보급을 위해서는 1㎾에 연간 8만엔에서 최고 32만엔의 지원금을 준다. 교토시와 중앙정부가 나눠서 지급하고 있으며 현금 대신 포인트나 상품권으로 제공, 재구매를 유도한다. 남은 전기는 전력회사에 되팔 수 있는데 11월부터는 값을 두 배로 쳐준다. 올해만 260여 건이 신청 접수됐다. 이는 교육으로 이어진다. 어릴 때부터 환경의 중요성과 에너지 절약을 인식시키기 위한 것으로 초등학교 5학년이 되면 에코로지 센터에서 반드시 환경 교육을 받아야 한다.
교토시의 중장기비전을 보면 2030년에는 1990년 대비 40%, 2050년에는 60%의 탄소 배출량을 줄인다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크게 운송과 가정 부문에서의 탄소배출량을 줄이고, 자발적 감축체계 구축을 위한 활동에 돌입했다. 특히 운송과 가정부문에서는 최근 십수년간 탄소배출량이 급격히 늘어났기 때문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이다.
교토시에 따르면 우선 차량 운행량을 줄이기 위해 보도블록을 확대하고, 택시 위주로 도로를 운영하고 있다. 교토시에서는 이미 1997년부터 폐식용유를 모아 바이오디젤로 바꿔 시내버스와 폐연료 수집차 등에 사용하는 사업을 지금껏 추진해오고 있다. 실제로 1997년부터 지난해까지 17만8528리터의 폐식용유가 모였으며 △폐식용유 재활용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 △자동차배기가스 저감 등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가정 부문에서는 태양열과 지열을 이용한 냉난방 가구를 보급, 에너지 사용에 따른 탄소배출을 최소화하고 있다.
교토시는 이 같은 노력의 결과, 최근 중앙정부로부터 환경모델도시로 인정을 받았다.
“Do you Kyoto?”
매월 16일 교토시민들이 “오하요 고자이마스” “곤니치와” “곰방와” 등과 같은 인사말 대신 쓰는 말이다. 환경에 전념하고 있냐는 뜻이다.
이는 교토에서 지난 1990년에서 2007년의 탄소배출량을 조사한 결과 가정부문이 29.0%로 가장 많이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주민들의 인식전환을 유도하기 위해 마련한 캠페인의 일환이다. 각종 팸플릿과 홍보물에 해당 문구를 삽입,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환경을 인식하도록 하고 있다.
친환경 녹색도시, 정책이 아니라 시민의식과 행동에서 비롯된다.
◆인터뷰-오시마 히토시 교토시 지구환경정책감
“Do you Kyoto?에서 ‘교토’란 단어는 곧 환경을 의미합니다. 시민들이 환경을 생각하도록 유도하는 것이죠.”
교토시의 환경정책을 총괄하는 오시마 히토시 교토시 지구환경정책감은 녹색도시를 위해서는 “시민의식의 전환이 가장 중요하다”며 홍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언뜻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다. 이미 교토의정서 등을 통해 세계적인 환경도시로 도약한 교토시에서 아직 시민의식을 언급하는 것 말이다.
“지난 1990년부터 2007년까지 전체적인 탄소배출량은 2.1%가량 줄었지만 가정 부문에서는 오히려 29% 늘었습니다. 지자체에서 아무리 강조해도 시민들의 의식이 바뀌지 않으면 소용이 없습니다.”
그래서인지 교토시의 탄소배출량 저감 중장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세 가지 방안 중 하나가 바로 ‘자율’이다. 즉 시민 각자가 스스로 줄여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교토시는 2003년부터 일본에서 처음으로 에너지효율등급을 표시하는 성에너지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하는 가정에는 1㎾당 최대 32만엔을 지원한다. 그뿐만 아니라 환경가계부를 무료로 배부, 시민들이 스스로 환경 개선에 동참하고 있는지 점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가정 부문에서의 탄소배출량을 줄이려면 무엇보다 어릴 때부터 교육이 중요합니다. 자연스럽게 익숙해져야 합니다.”
초등학교 5학년이 되면 에코로지센터에서 두 번의 교육을 받아야 한다. 올해 101개 학교가 참여 중이며, 내년이면 시내 179개 모든 학교가 동참하게 된다.
또 환경전문가들이 순회강연으로 환경 보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교토시는 천년고도의 역사와 교세라·교토대학 등 기술 및 교육, 교토의정서로 대변되는 환경을 아우르는 녹색도시입니다. 최근에는 정부로부터 환경 모델도시로 지정받기도 했죠. Do you Kyoto?”
◆르포-미야코 에코로지센터
교토시 환경보전 활동센터로도 불리는 이곳은 1997년 기후변화 제3차 주요 당사국회의를 기념으로 설립됐다. 교토시의 환경학습과 환경보전활동의 거점으로 나중에 안 일이지만 동행한 지자체 공무원들이 가장 눈여겨본 곳이기도 하다.
이 건물의 특징은 기존 건물에 30%가량의 탄소를 줄일 수 있게 설계된 것이다. 기본은 단열과 자연 에너지다. 우선 외부 기온에 영향을 적게 받도록 복층 유리와 단열재를 사용했다. 상시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고 있는 지열을 이용, 실내 냉난방에 쓴다.
안내를 받아 옥상으로 올라갔다. 옥상에는 태양광 발전모듈과 솔에어패널을 설치했다. 태양광 발전모듈은 용량이 20㎾로 크지 않지만 에너지 사용량이 적다 보니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한쪽에 솔에어패널을 얹어 여름에는 시원하게, 겨울에는 따뜻하게 지낼 수 있게 했다.
옥상에는 살아 있는 정원을 조성해놓았다. 심지어는 물고기가 사는 자그마한 연못도 있다.
일본의 자연은 가꾸는 게 아니다. 자연이라는 의미대로 인위적인 손길을 가하지 않는다. 기타큐슈시의 야마타 녹지처럼 자연 그대로 훼손하지 않고 두는 것이다.
3층으로 내려오면 주민들이 직접 환경관련 활동을 할 수 있게 꾸며 놓았다. 재활용·아틀리에·에코주방·무료 열람실 등이 마련돼 있다.
교토시 어린이들은 5학년이 되면 이곳으로 와서 1년에 두 번 체험수업을 들어야 한다. 듣는 수업이 아니라 체험을 거쳐 직접 깨닫게 해준다는 설명이다.
창문 밖에는 계절별로 알맞은 태양빛이 들어오게끔 차양의 각도를 조절해놓아 냉난방비를 줄일 수 있다.
형광등 옆에 무당벌레 비슷한 게 붙어 있다. 거기에는 조도 센서를 장착해 밝기를 자동으로 감지, 적정 밝기를 유지한다. 이처럼 에코 벌레를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친환경 설비를 설치한 곳에는 어김없이 붙어 있다. 아래엔 설명를 붙여 놓아 이해를 돕는다.
2층은 환경을 배우는 곳이다. 전시와 워크숍 장소가 마련돼 있고, 환경 관련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다.
1층은 환경을 느끼는 곳이다. 에코로지 체험코너에서는 자전거 페달을 밟아 전기를 생산해볼 수 있고, 발견과 배움의 광장에서는 기후변화, 사막화 등으로 인한 환경문제를 사진과 실물, 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다.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체험할 수 있고, 재활용 제품을 활용한 공간에서 자연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다. 이처럼 에코로지 센터는 건물 전체가 하나의 전시물이자 체험코너다.
돈을 많이 들이지도, 최신 기술이 적용된 것도 아니다. 하지만 전적으로 자원봉사자들에 의해 운영되며, 지역주민들의 삶 속에 환경의 중요성을 깊이 심어 놓았다.
교토(일본)=유창선기자 yuda@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