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된 IDC…발 빼는 기업들

 다국적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의욕적으로 추진한 국내 인터넷데이터센터(IDC) 사업 잇따라 유보키로 했다. 경기침체로 국내 IDC 수요가 예상외로 증가하고 있지 않은데다 지난 1∼2년 사이 대형IDC가 속속 오픈하면서 공급과잉 현상마저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IDC사업 확장을 검토해 온 한국후지쯔·KDDI코리아 등 다국적 IT기업이 국내 사업에 대해 신중론으로 돌아섰다. 공격적인 사업확대에 필요한 투자는 보류하고, 현 인프라에서 비즈니스 수익성을 개선하는데 힘쓸 방침이다. 지난해 말부터 나빠진 경기가 좀처럼 호전되지 않는데다 국내 IDC 시장이 공급과잉 국면에 들어섰다는 판단에서다.

 한국후지쯔(대표 김방신)는 지난해 4월 서울 가산동 롯데정보통신 데이터센터 일부를 임차해 ‘후지쯔 비즈니스컨틴전시센터(Business Contingency Center)’를 개소하면서 관심을 모았으나 1년6개월이 지나도록 거점 확대 계획을 수립하지 못했다.

 한국후지쯔는 당초 제2, 제3의 센터를 확보해 사업을 확대할 방침이었다. 회사 측은 “현재로서는 IDC 서비스 거점을 늘릴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KDDI코리아(대표 우치무라 켄이치로)도 지난 1년 사이 국내 IDC업체인 프리즘커뮤니케이션스와의 통합 과정을 거치면서 자사의 글로벌 IDC서비스 브랜드 ‘텔레하우스’를 국내에 도입하는 등 사업 확장 의지를 보였으나 선뜻 투자 확대로는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회사는 서울파이낸스센터 일부를 임차해 사용 중인 현 센터와는 별도로 신규 IDC 건립 내지 매입까지 검토했지만 사실상 이를 보류한 상태다. 아직 한국 경기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많은 비용이 소요되는 신규 IDC 확보는 어렵다는 배경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수년 전 경기침체와 무관하게 추진됐던 대형 IDC가 지난 1∼2년 사이 문을 열면서 이미 시장이 공급과잉 상태로 접어들었다”며 “현재 운영 중인 IDC의 고객을 유치하기도 버거운 상황에서 신규 투자는 쉽지 않다”고 전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