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들어 수많은 개발자들이 제공한 풍부한 아이디어와 애플리케이션으로 또 다른 성공신화를 만들어 가는 아이폰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이처럼 SW산업의 비즈니스 모델은 어제와 오늘이 다르게 급변하고 있다.
구글, 아이폰 등의 성공은 우리로 하여금 다시 한 번 SW산업의 고유한 특성인 역동성과 개방성의 중요성을 깨닫게 한다. 최근 발표된 OECD의 ‘SW산업 혁신보고서’도 SW는 너무도 역동적이라 전통적인 경제 분석틀로 해석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적시하고 있다.
SW산업은 그 자체로 반도체의 4배 수준인 1조달러의 매우 큰 시장이다. 이에 더해 제조업·서비스 등 여타 산업과 융합해 또 다른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국가 경쟁력을 견인하는 핵심 인프라이다. 그러나 이처럼 중요한 SW분야에서 글로벌 시장의 수준과는 상당한 격차가 있는 한국의 성적표는 우리를 심히 우려스럽게 한다.
한국의 SW산업 역사는 결코 짧지 않다. 정부 차원에서는 1987년 ‘SW개발촉진법’을 제정하고, SW산업 진흥을 위한 각종 정책을 추진해 나가기 시작했다. 여러 기업들도 이때부터 기업 내 전산실 조직 등을 통해 SW 분야에 투자하기 시작했으며, 최고의 인재들은 SW 개발자가 선망의 대상이 되어 컴퓨터공학과로 몰리던 시절이었다. SW개발촉진법은 이후 SW산업진흥법으로 이름을 바꾸고 중소기업 시장참여 확대, 공정경쟁 환경조성, SW 제값받기 차원에서 지난 20여년 동안 총 16회나 개정됐다. 국가정보화 사업으로 많은 재원이 투입됐으며 인력양성사업, R&D 사업 등의 지원 사업들도 진행됐다.
그러나 전자신문의 연중기획 기사를 통해 밝혀진 대로 한국 SW산업은 여러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고 여전히 선진화된 시장과는 거리가 먼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 중 가장 우려되는 점은 과당경쟁, 지적재산의 정당한 대가를 인정하지 않는 문화, 이로 인한 고급 인재의 지원 기피, 대·중소기업 간의 상생문화 부재 등 구조적 문제가 경직된 프로세스와 관행으로 고착돼 SW산업의 고유한 특성인 역동성을 저해하고, SW기업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금과 같은 경직된 SW 생태계로는 SW 코리아의 미래를 담보하기 어렵다. 기업들은 정부의 울타리를 벗어나 개방적 혁신을 통해 새로운 생존방식과 시장기회를 찾아가야 한다. 좁은 내수시장에서 벗어나 글로벌 시장에 도전하고 기술혁신에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정부도 보호와 규제가 아닌 기업의 경쟁력과 혁신을 촉진시키도록 전향적인 관점에서 과거의 관행과 제도들을 검토해야 할 시점에 왔다. SW코리아, 그것은 환골탈태와도 같은 생태계 혁신에 달려있다.
임채민 지식경제부 1차관 chemin@mke.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