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융당국이 예대율 규제 도입을 검토하면서 은행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예대율은 예금 대비 대출 비중으로, 은행의 유동성 위험을 나타내는 지표로 사용된다. 통상 100% 미만이면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세계 금융위기 이후 해외 언론들이 우리나라 은행의 예대율이 100%가 넘는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하자 지난해 11월 금융당국은 예대율을 경영실태 평가에 반영해 관리하도록 했다.
하지만, 최근 국제적으로 은행들의 유동성 비율 규제 강화 논의가 진행되면서 국내에서 예대율 규제를 명문화하는 방안이 다시 부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대율을 어떻게 정의할지, 어느 기관까지 규제할지 등에 따라 은행 자금조달 방법과 영업 행태, 대출금리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금융당국 “국제논의, 자체도입 ‘투트랙’ 검토”=2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최근 진행 중인 국제적인 논의에 맞춰 내년부터 유동성 비율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도입할 예정이다.
G20(주요 20개국) 산하 금융안정위원회(FSB)는 이르면 올해 말까지 최소 유동성 비율 규제 방안을 발표할 예정인데 현재 △예대율 △구조적 유동성 비율 △핵심조달 비율 등이 그 방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국제적으로 어느 방안이 채택되느냐에 따라 우리나라도 그 기준에 맞춰 규제안을 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금융권이 관심을 두는 예대율은 국제 표준안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예대율은 예금과 대출 비중을 반영하는 간이지표로, 선진국 은행들의 비중이 큰 투자금융(IB) 부문을 반영하지 못한다”면서 “따라서 국제적으로 예대율 논의는 현재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그러나 국가간 이해관계가 엇갈려 유동성 비율 규제와 관련한 합의가 늦어질 경우 예대율 규제를 독자적으로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금융위기가 재발하면 국내 은행들의 예대율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국제 기준을 따르되, 예대율 규제를 자체 도입하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면서 “다만 도입 방식이나 규제 대상 등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은행권“예대율 규제시 대출금리 상승”=대부분 은행은 금융위기 이후 예대율이 100% 안팎으로 유지되고 있어 예대율이 도입되더라도 당장은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10월 말 기준 은행별 예대율(CD포함)은 우리은행 98.7%, 하나은행 96.5%, 국민은행 102.0% 등이다. 하지만, 예대율 산출 방법을 정할 때 예수금에 양도성 예금증서(CD)를 제외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국제적으로는 시장성 수신인 CD를 예수금으로 인정하지 않지만, 국내에서는 CD가 예금 성격이 강해 이를 포함해왔다. 현재 은행들은 예수금의 약 10%가량을 CD로 조달하고 있는데, 이를 제외하면 예대율도 그만큼 올라가 수신경쟁이 벌어질 수 있다. 이는 조달비용 증가→대출금리 전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은행권의 주장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만약 CD를 예대율 산출에서 제외하면 CD 분량만큼을 예금으로 메워야 하기 때문에 수신금리(조달비용)가 오르게 된다”며 “은행들은 조달비용 상승을 결국 대출 금리에 전가할 수밖에 없고 서민경제가 영향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도 “은행 CD의 대부분은 시장에서 발행된 것이 아니라 일선 영업창구에서 통장식으로 팔리는 것인 만큼 만약 CD를 제외하더라도 통장식 CD는 예수금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대율 규제 대상에 수신기반이 취약한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등 국책은행을 포함하면 수신금리 경쟁은 더욱 가열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은행권 자금 담당자는 “외국 은행들은 조달한 자금을 주로 유가증권 투자에 운용하지만, 국내에서는 자본시장이 발전 돼 있지 않아 대부분 대출로 운용할 수밖에 없다”면서 “예대율 규제에 앞서 유가증권, 자본시장 발전 방안 등도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대율 규제가 도입되면 은행들은 비이자 수익 비중을 늘리는 등 포트폴리오도 조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 담당자는 “현재 국내 은행 수익원의 상당 부분이 대출 이자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대출을 급격하게 줄이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예전처럼 대출 경쟁이 어렵게 되는 만큼 수수료 수입 등 비이자수익을 늘리는 방향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