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의 자기 계발을 충분히 지원할 수 있는 정도의 매출만 유지하면 족합니다. 직원들에게 바라는 게 있다면 자신은 물론이고 조직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성장해 달라는 것뿐입니다.”
수원에 있는 클린룸 배관 및 시공업체인 비비테크(www.bbtech.co.kr) 성열학 사장의 독특한 경영 철학이다. 기업의 당연영한 ‘의무’인 이윤 추구보다 직원을 위해 회사를 운영하는 듯하다. 이 때문에 주변에서는 그를 ‘이해할 수 없는 사람’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성 사장이 지난 4월 준공한 사옥에는 그의 이러한 철학이 그대로 나타나 있다. 건물 한 층 대부분을 노래방, 당구장, 탁구장, 찜질방, 샤워실 등 직원을 위한 복지시설로 꾸몄다. 특히 이들 시설은 직원들이 근무시간에도 이용할 수 있다. 행여 직원들이 눈치를 볼까 우려해 그가 먼저 나서서 근무시간에 ‘대결’을 청하기도 한다. 이달 초부터는 매주 월요일마다 선수 출신 탁구 강사를 초빙해 탁구 강습도 실시하고 있다.
“클린룸 시공이라는 회사 특성상 1년에 4개월 정도는 일거리가 없어요. 그럴 때는 당구를 치거나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는 게 바로 일이예요. 없는 일을 억지로 하는 것보다는 이렇게 직원들이 어울려 스킨십을 나누고 친목을 도모하는 것이 훨씬 가치 있고 향후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집니다.”
실제로 비비테크는 창립 5년이라는 짧은 역사를 지닌 후발업체인데도 삼성전자 협력사로 자리를 굳히는 등 꾸준한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비록 지난해 경제 한파로 매출이 반토막 나는 아픔을 맛보기도 했지만 올해는 160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보이는 등 확실한 회복세로 돌아섰다. 신사옥 건축 후에는 방문객도 크게 늘었다. 많은 지인과 지자체 및 정치권에서 관심과 격려를 아끼지 않고 있다. 성 사장은 이 같은 주변의 관심이 비비테크가 경제 한파를 이겨내고 성장세로 돌아서는 데 든든한 밑거름이 됐다고 믿는다.
클린룸 산업을 보는 그의 시각도 독특하다. ‘붕어빵도 클린룸에서 만들어야 한다’는 식이다. 클린룸에서 붕어빵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대중화해야 이 산업이 발전한다는 것이다.
성 사장은 “산업이 점프 업하려면 클린룸은 필수 시설이지만 가격이 비싸 쉽게 설치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클린룸은 비싸다는 인식을 깨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수원=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