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을 펼치면 광고가 보입니다. 광고를 보면 세상이 들어옵니다.”
광고는 시대상을 반영한다. 올 한해 신문들은 사회적 분위기를 광고에 적극 활용했다. 2009년에 전개된 광고 캠페인은 상품을 팔기 보다는 ‘희망과 긍정 그리고 가족의 사랑’을 담는 게 화두였다.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이 같은 광고에 마음을 빼앗기고, 지갑을 열었다. 어른들의 동심을 자극하는 키덜트(kid+adult) 광고기법은 한국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방향으로 전개됐다.
신문광고에는 2009년 대한민국 사람들의 관심사항도 나타났다. 온라인 또는 10∼20대 젊은 층의 사고방식도 엿볼 수 있었다. 하반기 들어선 국내 경제상황을 간접적으로 체감하는 지표가 되기도 했다.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는 올 한해 신문 지면광고에서 화합·협력·사랑 등의 컨셉트로 형상화됐다. 2009년 광고는 경기위기로 지친 가장들의 어깨를 다독여 주고,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줬다. 때론 어려운 시기를 돌파하는 긍정의 힘을 전하는 동반자가 되기도 했다.
독자들은 매일 아침 배달되는 신문에서 힘을 얻었고, 가족의 사랑과 이웃의 정을 느꼈다. 퀄컴이 선보인 ‘박수를 나누자(Sharing applause)’는 기술발전을 위한 조화와 화합을 강조하는 대표적 광고다. 퀄컴은 모바일 IT가 우리에게 가져다 주는 기쁨과 감동을 표현하기 위해 ‘박수‘ ‘갈채’를 뜻하는 ‘applause’라는 단어를 선택했다. ‘다같이 웃으며 박수를 칠 수 있도록 힘을 합쳐서 잘 해보자’는 뜻이 담겨 있는 것이다. 기업은행의 ‘아빠를 부탁해’ 편 역시 가족 구성원들의 공감을 자아낸 캠페인이었다. 어려운 경제에 자신감을 잃고 있는 대한민국 사람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삼성전기의 ‘희망 그리고 삼성전기’편 역시 내일의 희망을 쌓아가자는 메시지를 전했다.
올 초 꽁꽁 얼어붙었던 신문 광고산업은 하반기부터 조금씩 풀렸다. 그래서 인지 전체적으로 신문에 실리는 광고의 다양성은 축소된 느낌이다. 중소기업들이 마케팅에 대한 투자를 줄였기 때문이다. 중견·중소기업들은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노리는 전략을 추구했다. 안태준 오라컴 마케팅실장은 “광고 기획안의 채도를 낮춰 차분한 느낌이 들 수 있도록 했다”며 “비용을 줄이는 한편 광고 제품을 고급스럽게 만들기 위한 노력이 많이 이뤄진 것 같다”고 올해 광고 트렌드를 설명했다.
물론 대기업들이 주도하는 휴대폰·이동통신과 디지털TV·생활가전 분야는 예외였다. 경기불황을 느낄 수 없었다. 광고전쟁은 올해에도 이어졌다. 특히 한국 IT산업을 이끌고 있는 주요 대기업들은 전혀 새로운 광고를 선보이면서 소비자들의 눈길을 끄는 데 성공했다. 2009년은 다소 실험적인 변형광고의 원년이라고 할 정도로 파격적인 기법이 등장했다. 지면을 넘기면 계속 볼 수 있는 ‘연속광고’ ‘지면을 가로지르는 광고’ 등이 독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광고 제작사들은 기존 틀을 깬 변형광고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제품의 존재를 알렸다. 우리 기업과 제품은 다르다고 항변하는 듯했다. 그리고 고객들의 소비욕구를 자극했다.
제일기획 관계자는 “올해는 유독 변형광고 또는 실험적 광고에 대한 광고주들의 요구(Neesd)가 많았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휴대폰 광고는 인기 걸그룹들이 CF모델로 등장하는가 하면, 해외 명품 브랜드와의 제휴, 황색톤 처리 등 고급스러움을 형상화하는 데 광고 제작의 포커스가 맞춰졌다. 디지털TV 분야는 선명한 화질을 강조하는 전쟁터였다. 광고는 기술의 결정체였다. 대상에 선정된 삼성전자의 LED TV 광고 ‘LED로 잡았다-살아있는 그대로(표범·매편)’는 LED를 광원으로 사용하는 TV의 선명한 화질을 독자들이 눈으로 확인하게 만들었다. 표범과 매는 광고의 주목률을 높이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금상을 수상한 LG전자 휘센 열대야 편은 다양한 휘센의 기능 중 하나인 열대야 절전숙면 기능을 내세웠다. 은상을 수상한 SK텔레콤 ‘더 큰 세상을 발견할 것이다’편은 희망과 긍정의 정신을 담고 있다. 넓은 바다 위를 당당히 전진하는 범선의 모습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도전정신의 메시지를 전했다.
김원석기자 stone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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