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로라하는 미국의 다국적 기업들이 외교관형 최고경영자(CEO) 육성에 나서면서 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 아시아판이 24일 보도했다.
각 기업마다 이들에게 원하는 역할과 비중은 조금씩 다르지만 기업 전체를 이끄는 CEO 밑에서 자세를 낮춘 조언자 역할을 자처하면서 세계 각지를 누비고 다닌다는 점은 공통적이다. FT는 제너럴일렉트릭(GE) 인터내셔널의 나니 베칼리, 마이크로소프트(MS) 인터내셔널의 장-필립 꾸르뚜와, 제너럴모터스(GM) 유럽법인의 닉 라일리, 골드만삭스의 리처드 노드 등을 대표적 외교관형 CEO로 꼽았다.
이탈리아 태생의 베칼리 CEO는 자신을 “GE의 외교장관”이라고 부른다. 역할에 대해선 “나는 사업부문을 맡지 않는다”며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위협이 되지 않듯이 나도 그러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을 콜린 파월 전 미 국무장관에 비유하며, 이라크전 상황을 실제로 이끈 것은 도널드 럼즈펠드 전 국방장관이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개별 사업부문의 책임을 맡고 있는 이는 얼마 전 독일의 오펠 매각 결정을 철회한 제너럴모터스의 닉 라일리 정도다.
주로 미국 기업들이 채택한 외교관형 CEO의 역할은 미국 본사와 세계를 연결하며 본사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해외법인의 입장을 반영하는 것이다.
지난 10년간 유럽연합(EU)의 적극적인 독과점 규제의 칼날을 받게 된 MS와 GE가 유럽 출신의 CEO를 영입하게 된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국제적 영업을 강화해온 이들 다국적 기업들은 점점 더 해외 사정에 능통한 의사결정자를 필요로 하게 됐고, 이들의 등장은 그 같은 추세에 발맞춰 이뤄졌다는 지적이다.
꾸르뚜와 CEO는 60%의 근무시간을 출장으로 채우며 한해에 40개국 이상을 방문한다. 베칼리 CEO는 근무시간의 70~80%의 시간을 길 위에서 보낸다고 소개했다.
생소한 외국 사정을 내부에 알리고 때로 설득해야 하는 업무 특성상 ‘주객이 전도되는’ 상황도 발생한다.
베칼리 CEO는 “내 역할은 지역에서 회사를 세일즈하고, 또 회사에서 지역을 세일즈하는 것”이라며 “때때로 후자가 더 어렵다”고 말했다.
FT는 외교관형 CEO가 되기 위해선 우선 직무를 명확히 정의해야 하며, 나아가 외국 사정을 본사에 잘 알리고 상호 충돌을 슬기롭게 헤쳐나갈 수 있는 전문성과 협상력을 갖춰야 하고, 여행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