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IBM `협력사 끌어안기`

 국내 시장에서 나란히 연간 1조원대 매출을 올리는 한국HP와 한국IBM이 최근 연이어 유통 협력사 지원행사를 갖는 등 협력사 ‘끌어안기’에 힘을 쏟고 있다.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는 중소기업(SMB) 시장에 대한 영업망을 강화하기 위해 협력사의 역할을 계속 강조하는 추세다.

 한국HP는 이달 초 일본 오사카에서 본사 주최로 아태지역 250여개 파트너 워크숍을 개최했고, 한국에서도 주요 총판사 대표들이 참석했다. 행사에는 마크 허드 본사 CEO를 비롯해 시스템·PC·프린터 등 사업그룹 대표가 직접 현장을 찾아 파트너사를 독려했다.

 이 자리에서 마크 허드 CEO를 비롯한 경영진들은 “경기저점이 지나가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 파트너사의 활약에 힘입어 HP가 성장했다”며 유통 협력사의 선전을 당부했다. 이 가운데 퍼스널시스템그룹(PSG) 대표인 토드 브래들리 부사장은 일본 행사에 참석한 후 단독으로 한국을 다녀가기도 했다.

 한국HP 독자적으로도 협력사와 접촉을 늘려가고 있다. 지난 7월 외국인 사장이 취임 이후 제기된 커뮤니케이션 부재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스티븐 길 사장이 파트너사 사장단과 골프행사를 포함한 비공식적인 모임을 수차례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IBM도 앞서 지난달 말 제주에서 IBM 글로벌 비즈니스파트너(BP) 사장단 회의를 개최했다. IBM의 글로벌 파트너 회의가 한국에서 열린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이와 별도로 한국IBM은 지난 16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이휘성 사장이 참석한 가운데 다시 국내 BP 사장단 회의를 열고 협력사와의 소통을 강화했다. 한국IBM은 이날 ‘스마트 플래닛’을 포함한 IBM의 비전을 소개하고 협력사 지원 강화 방침을 전했다.

 한편 이 같은 협력사 끌어안기 움직임에 대해 유통업계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유통 협력사의 비중이 커지면서 새로운 사업기회도 생길 것이라는 기대가 있는 반면에 정작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파트너 지원책은 없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 비해 분명 유통 협력사의 위상이 높아진 것 사실이지만 뒤집어보면 유통업체가 독자적으로 자체 경쟁력을 끌어올릴 것을 요구받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