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휴대폰용 진동모터보다 응답 속도가 수십배 빠른 피에조 진동모터가 실용화되면서 ‘햅틱 2.0’시대가 열리고 있다.
피에조 진동모터는 세라믹 압전판에 전압을 걸 때 떨리는 압전효과를 이용해 진동 신호를 만드는 최신 휴대폰 부품이다. 자석을 이용한 리니어 진동모터가 평균 0.05초의 응답속도를 보이는 반면 피에조 진동 모터는 0.002초 내외로 훨씬 순간적인 작동제어가 가능하다.
휴대폰에 피에조 진동모터를 탑재할 경우 햅틱기능이 비약적으로 향상된다. 햅틱은 밋밋한 터치스크린의 조작감 대신에 진동모터의 진폭과 주파수를 바꿔서 가상의 촉감을 제공하는 기술이다. 피에조 진동모터는 반응속도가 기존 진동모터보다 수십배 빨라서 현실세계에서 손 끝으로 느끼는 진동신호를 거의 완벽하게 재현한다. 심지어 와인잔으로 부딪힐때 손에 전해지는 느낌, 술병을 따를 때 출렁이는 느낌까지 휴대폰에서 느낄 수 있도록 구현할 수 있다.
지난달 미국에서 출시된 블랙베리 스톰2기종은 세계 최초로 피에조 진동모터를 이용한 햅틱환경을 채택해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신형 블랙베리의 터치스크린은 정확히 누른 곳에서만 딸깍거리는 손맛이 느껴진다. 국산 햅틱폰은 누를 때 휴대폰 전체가 떨리는 것과 크게 비교된다. 블랙베리가 선보인 놀라운 햅틱기술의 비결은 피에조 진동모터 4개가 정교한 시간차로 떨리면서 가상의 촉감을 만들기 때문이다. 현재 피에조 진동모터는 무라타를 비롯한 일본계 모터업체들이 독점 생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피에조 진동모터의 국산화가 빨리 진행되지 못할 경우, 지난 수년간 유지해온 한국산 휴대폰의 햅틱기술 우위가 무너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올해 전세계에서 생산될 약 1억대의 햅틱기반 터치폰 중에서 70%는 한국산이다. 당연히 햅틱기능을 구현하는 진동모터도 한국산이 세계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그러나 피에조 진동모터는 기술장벽이 매우 높아서 삼성전기를 비롯한 대기업들만 일부 연구개발에 착수한 상황이다.
이머전의 이승민 상무는 “그동안 한국산 휴대폰이 햅틱기능을 앞서 도입한 것은 사실이지만 피에조 진동모터의 등장으로 내년에는 햅틱2.0에 해당하는 커다란 시장변화가 예상된다. 국내 휴대폰업체들도 기술변화에 따른 햅틱 주도권을 놓치지 않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
◆피에조(piezo)란?= 외부의 압력변화가 전류로 바뀌는 과학 원리를 뜻한다. 잉크식 프린터의 분사 노즐에는 압전판이 달려서 전기적 충격으로 잉크를 토출한다. 모터기술에 응용할 경우, 훨씬 정교한 작동제어가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