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적 안목으로 `거품 이후` 대비해야”

“장기적 안목으로 `거품 이후` 대비해야”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가 자산 시장 거품이 꺼지면 또 다시 세계 경기가 하강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금융업 서비스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한국은 장기적인 성장을 이끌 기초·부품소재산업에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하준 교수는 24일 신한금융투자가 주최한 ‘2010년 리서치 포럼’에서 ‘글로벌 위기 이후 세계경제와 한국경제 중장기 전망’이라는 발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장 교수는 “현재 주가는 상당 부분 정부의 재정지출, 통화정책에 따른 거품으로 만들어 졌다”며 “미국이 약달러와 저금리 정책을 유지하면서 거품을 더 키우고 있다”고 밝혔다. 부동산 담보대출비율 조정이나 구제금융을 받은 금융기관에 대한 과세 등 자본시장 규제를 강화해 거품을 줄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 제기하는 더블딥 우려에 대해서도 “분명히 가능성이 있다”며 “현재 미국의 높은 실업률과 상업용 부동산 부실 문제가 어떻게 전개될지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이는 세계 경제 회복의 신호탄으로 받아 들여질 미국 소비가 당분간 개선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장 교수는 “사상 최고 수준의 실업률로 미국 소비는 위기 이전으로 회복되기 어렵다”며 “위기 전 가계 빚도 늘려 놓은 상태라 여력이 없다”고 평했다. 중국 또한 여러가지 문제로 소비성향이 낮아 당분간 미국을 대체할 소비 주체로 떠오르는 것에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장 교수는 세계 경제가 회복되지 않을 경우 한국의 ‘나홀로’ 성장도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경제연구소들이 내년 한국의 성장률을 4∼5% 수준으로 전망하지만 이는 세계 경제가 3% 성장하는 것을 전제로 추산한 수치라는 설명이다.

 장 교수는 “이번 위기가 외부 충격에 의한 것이었기 때문에 빠르게 회복되는 것은 당연하다”며 “자동차, 전자 등 그동안 투자를 하고 준비해 온 산업은 이번 금융위기를 통해 한단계 상승하는 효과가 있었다”고 평했다. 하지만 “앞으로 한국 경제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지난 10년간 차세대 산업을 준비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하며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 연구개발과 사회 복지예산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연구개발을 통해 기술적으로 한단계 더 도약해야 하며 기초연구와 부품소재 산업의 경쟁력이 높아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제조업 기반 없이는 금융·컨설팅·디자인 등 서비스업도 육성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SK C&C, 삼성생명(예정)의 상장으로 우리나라 대표 그룹들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추세에 대해서는 “지배구조가 투명해지는 효과는 있겠지만 본업 보다 금융사업에 치중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포드·GM은 제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노력대신 금융투자로 수익을 내는 데 골몰해 쇠락의 길을 걷게 됐다”며 우리 기업이 이와 같은 전철을 밟지 않도록 주의를 당부했다.

  차윤주기자 chayj@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