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소프트웨어(SW) 산업에서는 한국 SW 산업의 역사를 뒤바꿀 수 있는 역사적인 사건들이 많이 일어났다.
디지털뉴딜 프로젝트와 인수합병(M&A) 펀드의 출범, 국산 윈도 발표, 공공기관 발주 SW사업의 노임 대가 기준 개선 등이 모두 올해 일어난 굵직굵직한 사건들이다.
발표 당시의 기대와 달리 아직 미완성인 채로 남아있는 사건들도 있지만 한국 SW 산업의 현실을 바꾸기 위해 도전한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었다는 평가다.
디지털뉴딜 프로젝트는 세계적인 경기침체를 정보기술(IT)을 기반으로 극복할 수 있는 국가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큰 기대를 모았다. 경기 회복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유례없는 슈퍼 추경이 편성됐지만 디지털뉴딜 프로젝트가 처음 예상보다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져 실망감이 높기도 했다. 하지만 행정안전부와 지식경제부가 항시적 프로젝트 의지를 보임으로써 업계가 다시금 이 프로젝트를 주목하게 됐다.
올 8월 발족한 M&A 펀드도 올해를 뜨겁게 달군 이슈 중 하나다.
지난 8월 지식경제부와 우정사업본부, SW공제조합 등은 국내 최초 ‘글로벌 SW기업 육성 사모투자전문회사(SW M&A 펀드)’를 출범시켰다. 세계 시장 경쟁력을 갖춘 SW기업의 M&A를 돕기 위한 것으로 420억원 규모다. 기업당 50억∼100억원 규모를 투입해 패키지SW 분야의 세계적 선도 기업을 육성하고, 해외 수출 기반의 글로벌 SW기업도 키우는 것이 목적이다. M&A 펀드 출범은 5∼6년 전부터 국내 SW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돌파구로 필요성을 강조해 온 과제였다. 그만큼 SW기업들에 큰 이슈였다. 하지만 출범 3개월이 지나도록 투자 기업을 찾지 못해 기대만큼 우려도 높은 상황이다.
지난 7월 티맥스의 ‘티맥스 윈도’ 발표는 개발자와 사용자, 네티즌 등 수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모은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국산 OS를 개발한 것은 지난 1993년 K-DOS 이후 16년 만에 처음이기 때문이다.
티맥스 윈도는 티맥스소프트 관계사인 티맥스코어가 지난 4년간 독자 기술로 개발한 PC용 운용체계(OS)다. 하지만 클로즈드 베타테스트 예정 시기였던 10월이 지나도록 그 실체가 완전히 공개되지 않은 점은 아쉬움을 사고 있다.
한국 대표 SW기업인 한글과컴퓨터의 새 주인이 과연 누가 될지도 초미의 관심사였다. 누리텔레콤, 소프트포럼 등 많은 회사들이 인수 의사를 밝혔고, NHN과의 인수 가능성도 타진됐지만 결국 삼보컴퓨터가 한글과컴퓨터의 새 주인으로 낙점됐다. 이 과정에서 한글과컴퓨터는 비공개 협상부터 공개 입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식을 시도하며 새 주인 찾기에 나서 수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모았다.
공공기관의 SW 발주와 구매 제도 개선에도 큰 변화가 있었다. SW 대가를 산정할 때 몇 명이 투입됐는지보다는 어떤 기능을 구현하는지를 중심으로 가격을 매길 수 있는 규정이 마련됐다. 그동안 공공기관 SW 사업은 개발에 몇 명이 투입됐는지를 중심으로 가격이 매겨지다 보니 창의성이나 효율성을 인정받을 길이 없었다. 또 중앙부처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도 SW분리발주가 의무화된 것도 SW 산업에서 빅 뉴스 중 하나였다.
이와 함께 공공이 발주한 SW사업의 지식재산권을 정부와 SW기업이 함께 갖도록 함으로써 SW업체가 해당 사업에 들어간 개발 성과물을 재활용할 수 있는 길도 열렸다.
그동안 정부와 SW업체는 협의로 지식재산권 공유 여부를 결정했지만 대부분 공공기관이 독자적으로 지재권을 갖는 것으로 협의해왔다.
윈도7 발표도 SW 산업의 큰 이슈다. 윈도7이 돌풍을 일으키면서 국내 SW기업도 OS 변화에 대응해야 했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 비스타의 실패를 경험 삼아 올 초부터 협의체를 꾸려 국산 애플리케이션과의 호환성을 보장할 수 있도록 국내 SW기업들과 준비해왔다. 이러한 준비 덕에 윈도7이 발표와 동시에 시장에 안착할 수 있었다는 평가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