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례1. 작년 LG전자는 신발을 개발한다는 소문에 휩싸였다. 6명 연구원들이 재래시장에서 백화점까지 1000켤레가 넘는 신발을 사모으고, 신발 접착제 공장까지 방문했으니 의혹을 살만도 했다. LG전자의 신발을 향한 집착에 가까운 관심은 작년 여름 세계 최초로 ‘슈즈케어’ 기능이 있는 드럼세탁기를 낳았다.
# 사례2. 웅진코웨이의 연구개발(R&D)센터 안에 위치한 챔버 중 3곳은 종종 미세먼지로 가득하다. 공기청정기가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30만개의 0.4미크론 미만의 미세 오염물질을 얼마나 제거할 수 있는지 실험해야하기 때문이다. 각각의 공간에서는 집진·탈취·가습 등 각 부문별로 제품의 성능 테스트가 이뤄진다.
미래학자 다니엘 핑크는 ‘기술의 시대는 끝났다’고 말했다. 시장 흐름을 정확하게 간파한 말이다. 소비자 욕구가 다양해지면서 품질은 제품 내구성 이상의 의미를 지니게 됐다. 기술력은 기본이고 디자인·소비자 감성 만족 등의 요소도 고려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아무리 예쁜 디자인이라도 제 기능을 못하면 외면받고, 최첨단 기술이라도 소비자가 이용하지 않으면 가치가 없어지는 현실에서 품질 경쟁력은 글로벌 ‘가전 넘버 원’을 위한 필수 조건이다.
◇차별화는 엉뚱한 곳에서=에어컨 분야에서 명실상부한 글로벌 브랜드로 떠오른 LG전자의 ‘휘센’. LG전자에서는 에어컨 연구를 위해서 숙면 기능 연구도 진행한다. 설문조사 결과 소비자는 에어컨에서 숙면 기능을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답했기 때문이다. 2년간 ‘서울수면센터’와 공동 연구개발한 ‘네 번의 꿈 숙면’ 기능, 학습 냉방 기능 등 다른 회사들이 상상치 못한 차별화된 기능을 통해 LG전자는 작년 11월 업계 최초로 에어컨 누적 판매 1억대를 기록했다. 전 세계에서 이는 1분당 4.8대 꼴로 LG의 에어컨이 팔린다는 의미다. 작은 차이로 명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R&D 투자가 필수다. LG전자는 2006년 1조2000억원이던 R&D 비용이 올해는 약 2조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웅진코웨이는 소비자의 감성 욕구를 파악하기 위해 R&D센터 내에 ‘감성연구실’을 만들었다. 소비자가 일반적인 가정환경과 같은 이 실험실에 들어가 제품을 사용하는 동안 연구원들은 바깥에서 소비자들의 행동 하나하나를 세심하게 관찰하고 분석한다. 웅진코웨이의 대표적인 정수기, 공기청정기, 비데 등의 상품은 이처럼 꼼꼼히 소비자를 분석하면서 차별화를 이룰 수 있었다. 이 회사 R&D센터에는 총 200여명의 직원이 혁신적인 상품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활 건 특허 경쟁=특허는 남들이 따라올 수 없는 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기본이다. 작은 차이가 명품을 만든다는 말이 있듯 제품의 작은 변화를 주기 위해서 적게는 수 개 많게는 수십 개의 특허가 필요하다. LG전자는 특허개발 및 협상력을 강화하기 위해 현재 200여명에 이르는 특허 전담 인력을 운영한다.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중국·일본·유럽 등 주요 지역에 특허 거점을 구축해 지역 전문가를 육성 중이다. 이를 통해 차별화된 기술력을 확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짝퉁’ 제품의 확산을 막아 브랜드 인지도를 강화하고 있다.
이 외에도 전 세계 기술표준 동향을 공유하기 위한 ‘표준전략회의’를 CEO가 직접 주재해 신기술에 대한 대응에도 적극적이다. 상·하반기 각 1회씩 열리는 이 회의에는 CTO를 비롯한 각 사업본부장 및 계열사 사장단 등 모든 경영진이 참여해 기술 선도에 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대우일렉이 개발한 ‘스마트 세제 자동투입 시스템’은 세탁기에서 세제를 자동으로 투입해주는 기능. 대우일렉이 이 한 가지 기능을 세계 최초로 구현하기 확보한 관련 특허만 13건이다. 현재 대우일렉이 보유하고 있는 특허 건수는 약 1만2000여건에 이른다.
◇품질 개선 전담 조직도 마련=대우일렉은 제품의 내구성·진동·성능 등 신뢰성 테스트틀 전담하는 ‘품질신뢰성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이 연구소는 제품 고장의 원인과 수명 분석을 통해 제품의 신뢰성을 높이는 방안을 꾸준히 연구하는 한편, 고객지향적 제품 개발을 위해 시장 정보를 수집하는 리서치 작업도 진행한다.
LG전자도 서울·창원·평택 등 곳곳에 흩어진 가전연구소에서 각각 품질 신뢰성 향상을 위한 별도의 조직을 마련했다. 각 제품별로 내구성 테스트 진행은 기본이고 이용자의 제품 소비 형태에 따른 개선 방안 등을 고민해 새로운 제품 개발에 반영한다. 웅진코웨이도 R&D센터 내에 품질경영연구소 신뢰성팀을 별도로 구성해 제품의 품질을 높이기 위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이수운기자 per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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