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롯데홈쇼핑을 앞세워 추진한 디지털 가전 통합 구매 시스템이 성공적으로 연착륙했다. 롯데는 아직은 소형 가전 위주로 공동 구매하는 수준이지만 내년부터는 대형 가전까지 가지 수를 크게 넓힐 계획이다.
롯데홈쇼핑은 홈쇼핑을 비롯한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닷컴· 롯데아이몰· 세븐일레븐 등 롯데 그룹 6개 유통 계열사가 공동으로 통합 구매에 나서 가시적인 성과를 올렸다고 밝혔다. 올해 초 롯데그룹은 그룹 정책본부 산하에 통합구매팀(CFD)을 신설하고 계열사 디지털 가전 부문 물류· 제품 소싱· 마케팅 등을 공동으로 진행하며서 복잡한 유통 라인을 단일화했다. 당시 일각에서는 ‘채널 별로 가전 제품 공급 가격이 모두 다른데 일괄 구매가 가능하겠느냐’고 회의적인 시각이 팽배했다. 그러나 롯데는 실시한 지 6개월 여만에 구매 비용을 절감하고 제조업체와 교섭력을 높여 제품 가격과 품질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가장 큰 혜택은 롯데홈쇼핑으로 돌아 갔다. 홈쇼핑 디지털 가전팀은 올해 초 TV·인터넷·카탈로그 매체 별로 통합해 전년 대비 50% 이상 고속 성장했다. 롯데가 공동으로 진행한 첫 아이템은 롯데홈쇼핑에서 지난 7월 단독 진행한 산요코리아의 방수카메라 ‘VPC-CA9’. 한 시간 가량 진행된 첫 방송에서 1000대 판매고를 올렸다. 추가 방송에서도 준비된 물량 대부분을 소화해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렸다. 롯데는 이어 미오의 넷북 ‘N890’을 진행했다. 공동 구매로 유통 업계에서 가장 싼 가격인 39만8000원에 선보였다. 지난달 24일 첫 방송에서 분당 매출 700만원을 기록하며 기존 넷북 방송 평균 매출인 200만∼300만원보다 3배 가량 높은 판매고를 올렸다.
롯데는 구매 뿐 아니라 마케팅에서도 공동 전선을 구축했다. 이달 초 롯데마트는 디지털 전자기기 위주의 ‘체험형 가전매장’을 새로 선보였는데 롯데홈쇼핑은 이 곳에서 김치냉장고 방송을 진행했다. 편의점인 세븐일레븐에 디지털 카메라 등을 배치하는 등 온·오프라인 롯데 유통사가 가전 판매에서 시너지를 높이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롯데홈쇼핑 측은 “유통 채널 단일화에 힘입어 내년부터 캐치 프레이즈도 새로 내거는 등 디지털 가전 부문을 크게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