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기판 크기인 5세대급의 능동형(AM)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양산할 수 있는 핵심 증착기 국산화 프로젝트가 본격화됐다.
올해 들어 삼성·LG는 5세대급 유기 증착기 개발을 위해 각각 컨소시엄을 구성한뒤 최근에는 기판 크기를 확정하고, 내년 하반기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에 나섰다. 특히 이번 사업은 지금까지 반도체·LCD 소자의 핵심 전공정 장비 분야에서 일본에 비해 항상 뒤처졌던 우리나라가 처음 AM OLED 시장에서 추월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 컨소시엄 주관사인 에스에프에이(대표 신은선)와 LG디스플레이 컨소시엄 주관사인 야스(대표 정광호)는 최근 5.5세대 AM OLED 유기 증착기의 기판 크기를 최종 확정하고, 본격 개발에 나섰다.
유기 증착기는 AM OLED 발광 소자인 유기물을 유리 기판에 균일하게 증착시키는 핵심 장비다. 불순물을 제거하고 유기물을 균일한 두께로 증착시키기 위해 고도의 기술력을 요하는 필수 양산 장비다. 지금까지는 세계적으로도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가 양산 적용중인 3.5세대 기판이 최대 크기다.
에스에프에이는 컨소시엄 참여사인 에스엔유프리시젼·아이엠텍 등과 함께 5.5세대 AM OLED 기판 크기를 1320×1500㎜로 결정했다. 40인치 이상 TV용 패널까지 생산할 수 있는 대면적 기술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이 회사는 증착시 유리 기판을 세로로 세우는 버티컬(Vertical) 방식으로 개발할 예정이다. 이 방식은 기판을 가로로 뉘여 증착할 경우 가운데가 처지는 ‘보잉(Bowing)’ 현상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가 늦어도 내년 하반기에는 장비 발주에 들어갈 예정이어서 그 시점까지는 개발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LG디스플레이 컨소시엄 주관사인 야스는 주성엔지니어링·풍원정밀 등과 함께 최근 5.5세대 기판 크기를 1320×1500㎜로 확정했다. 조기 개발에 박차를 가해 내년 11월부터 양산 라인에 적용하는 것이 목표다.
우리나라 업체들이 계획대로 5.5세대 유기 증착기 개발에 성공할 경우,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의 역사에서 사상 처음 일본을 차세대 경쟁에서 따돌리는 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일본 업체인 토키(Tokki)사가 그동안 삼성·LG에 3.5세대 이하 AM OLED 유기 증착기를 독점 공급해왔지만, 5세대 증착기 개발에는 뒤늦게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5.5세대 AM OLED용 유기 증착기는 국내 패널 업체들의 양산 스케쥴에 맞춰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는 한국 업체들이 일본보다 개발 속도에서 빠를 것”이라며 “수입 대체 효과는 물론 차세대 AM OLED 양산 경쟁에서 한국이 확고한 주도권을 쥘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