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RI(원장 김흥남)가 지상파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으로 ‘제2의 CDMA’를 꿈꾸고 있다.
동남아 진출을 위한 교두보는 이미 베트남에 확보했다. ETRI는 지난달 베트남 국영 TV인 ‘VTV’와 지상파 DMB 서비스 사업화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교환했다. 이 양해각서대로 내년 상반기에 서비스 운영에 들어가면 국가 차원의 DMB 서비스 실시는 한국을 제외하고 실질적으로 세계 최초가 된다.
베트남에 진출하는 DMB 기술은 유료 서비스를 위한 수신제한시스템(CAS)을 근간에 깔고 있다. 유료 인증과 가입자 관리를 해나가며 수익을 창출하는 토털 솔루션이다. 단말기는 무료로 제공한다.
ETRI는 이 MOU 교환을 계기로 CAS 등 T-DMB 토털 솔루션 기술의 수출이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베트남 시장을 참고 사례로 삼아 타 지역으로 CAS 진출이 본격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타깃은 동남아시아와 중남미 시장이다.
ETRI는 베트남에서 휴대폰과 지상파 DMB 단말기, USB 형태 단말기 등에 대한 수익을 가입자당 0.5달러 정도로 보고 있다. 만약 2010년 베트남에서 DMB 상용 서비스에 들어가면 3년 안에 가입자 300만명에 150만달러의 수익을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베트남은 인구 8500만명에 휴대폰 가입자가 5000만명이다. ETRI는 가입자 관리를 통한 무료 서비스를 시행하며 향후 일부 채널을 유료화하는 방식으로 비지니스 모델을 구상하고 있다.
사실 이 같은 성과를 거둔 배경에는 ETRI가 지난 2007년 설립한 연구소 기업 ‘디엠브로’가 자리하고 있다. 디엠브로와 컨소시엄을 이룬 가인정보기술의 지원도 주효했다.
한동안 답보 상태를 보이던 DMB 기술의 해외 진출을 모색하기 위해 ETRI가 기술 출자를 한 연구소 기업이 바로 디엠브로다. 연구소 기업에 출자한 것은 기존에 개발한 기술이 시장이 없거나, 반대로 시장은 있지만 기술이 없어 반쪽짜리 연구개발(R&D)에 머물렀던 것과는 DMB 분야가 다른 상황에 놓여 있다는 판단에서다. 기술도 있고 시장성도 뛰어난 만큼 세계 시장에서 승부를 해볼 만하다는 분석에 따라 직접 팔을 걷어 붙이고 나선 결과다.
ETRI는 현재 GSM 방식을 기반으로 한 저가형 DMB 폰을 개발 중이다. 28인치 LCD에 터치스크린 방식의 T-DMB 폰이다. 세계 시장 진출의 필수 요소는 가격 경쟁력이다. T-DMB 휴대폰의 마수걸이 시점은 내년 2월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인터뷰-김대웅 글로벌마케팅팀 책임연구원
“베트남에서는 ETRI가 4억원 가량을 들여 장비를 임대해 T-DMB 시범 서비스를 시작합니다. 문제는 초기 비용 마련이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초기부터 DMB 서비스의 베트남 진출에 관여해 온 김대웅 ETRI 글로벌마케팅팀 책임연구원은 “국가별 진출에 필요한 최소한의 기본 예산과 서비스를 위한 각 국가별 주파수 확보에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책임연구원은 “이번 베트남 진출 성공의 숨은 공로자는 베트남 정부와 좋은 네트워킹을 갖고 있는 양승택 전 정통부 장관”이라며 “그러한 지원이 없었다면 이번 건은 성사가 어려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120달러 미만의 단말기로 현지 공략을 계획 중이며 현재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며 “DMB 단말기 공급 목표는 10개국 이상에 가입자 2억명, 수익은 1억달러”라고 덧붙였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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