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실력이 어느 정도에 이르게 되면 볼의 탄도는 일정한 패턴을 그리게 된다. 훅성 구질을 가진 골퍼가 있는 반면에 슬라이스성 구질을 가진 골퍼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드라이버처럼 민감한 클럽은 본인의 스윙에 맞춰 결정해야 한다.
슬라이스성 구질을 가진 골퍼가 프로들이 많이 사용한다고 해서 훅 방지용 드라이버(다른 말로 슬라이스 촉진형 드라이버)를 선택하면 한 라운드에 OB 다섯 개씩은 각오해야 할지도 모른다. 80대 초반 정도의 실력이라면 어떤 드라이버를 선택해도 페어웨이 정중앙에서 20야드 편차도 벌어지지 않겠지만 90대 초·중반 골퍼라면 드라이버 선택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드라이버의 방향성에 영향을 미치는 설계 요소에는 수십가지가 있다. 헤드의 모양, 헤드의 무게 배분, 로프트 각도, 페이스의 방향, 중심 심도, 중심거리, 라이 각도, 샤프트의 플렉스, 샤프트의 길이, 관성 모멘텀, 스윙 밸런스 심지어는 그립의 굵기도 방향성에 영향을 미친다.
주말 골퍼들이 드라이버 선택을 할 때 샤프트의 플렉스와 거리가 난다는 소문만을 고려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실제로 플레이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중심거리다. 중심거리라는 것은 샤프트의 중심으로부터 드라이버 헤드의 무게 중심까지의 거리를 말하는데 이 거리가 길면 임팩트 순간에 드라이버 헤드가 오른쪽 방향을 향하게 되고, 짧으면 왼쪽 방향을 향하게 된다.
즉 슬라이스가 많이 나는 골퍼는 중심거리가 짧은 드라이버를 택하는 것이 슬라이스를 방지해 줄 수 있다는 뜻이다. 또 하나 거리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로프트 각도다. 대개 10도 정도의 드라이버가 가장 널리 쓰이는데 11∼12도짜리 드라이버를 선택한다면 더 긴 거리를 보낼 수 있다.
이런 요소들을 모조리 컴퓨터에 입력해서 내게 맞는 드라이버를 선택하는 프로그램은 아직까지는 개발돼 있지 않다. 게다가 클럽 메이커가 공개를 꺼리는 정보도 있다. 예를 들면 페이스 각도와 중심거리가 그것이다.
이 요소가 드라이버의 방향성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공개를 꺼리는 것으로 추측되는데 클럽 피팅 전문가들은 측정 도구를 이용해서 데이터를 알고 있기 때문에 우리에게 좋은 조언을 해줄 수 있다.(제조사에서 발표하는 로프트, 샤프트 길이 등을 정밀하게 측정해보면 발표한 스펙과는 다를 때가 많다. 로프트가 10도라고 돼 있는데 측정기로 재보면 11도 심지어는 12도인 사례도 있었다. 메이커는 최적 타격 조건이 12도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로프트 12도라고 표시하면 아무도 사지 않을 것이라는 것도 알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10도라고 표시하는지도 모른다)
100만원이나 하는 드라이버를 닭장에서 시타 몇 번 해보고 또는 광고만 보고 구입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 클럽 피팅 전문가에게 내는 돈은 드라이버 가격의 20분의 1도 안 된다. 전문가에게 내 스윙의 특성을 측정하도록 해서 내게 맞는 장비를 갖추는 것이 좋은 스코어를 만드는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