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계열사 활용방안을 놓고 국내 금융그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는 최근 IT계열사를 활용한 IT셰어드서비스센터 설립 움직임이 활발하지만 당초 기대했던 것만큼 비용절감 및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존 금융그룹은 물론이고 최근 금융그룹으로 재편한 KB금융그룹과 산은금융그룹, 향후 신경분리로 IT조직에 큰 변화가 있을 농협 등의 고민이 크다.
◇우리·하나·신한, IT계열사 경쟁력 강화가 관건=IT계열사 활용방안을 놓고 가장 오랜 기간 고심하고 있는 곳은 우리금융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우리은행이다.
우리은행은 지난 2002년부터 우리금융정보시스템을 통해 토털IT아웃소싱을 받기 시작하면서 고민을 시작했다. 이후 지난 2007년 당시 조덕제 최고정보책임자(CIO)가 취임한 후 우리금융정보시스템을 혁신하기 위한 본격적인 움직임이 있었다. 또 이전에는 은행 내 기획본부 산하의 우리금융정보시스템 애플리케이션 개발인력을 은행으로 이동하는 방안도 적극 추진됐다. 현재로서는 이렇다 할 성과를 이루지는 못했지만 끊임없이 우리금융정보시스템 혁신 방안을 만들고 있다.
그 결과 우리은행은 지난 6월 7년간의 IT아웃소싱 계약이 완료됨에 따라 새로운 계약을 체결하면서 일부 항목을 수정하거나 추가 삽입했다. 당시 수정사항은 모두 비용절감과 관련된 항목들이다. 이 중 대표적인 사항이 이번 재계약부터 과거 투입인력으로 아웃소싱 비용을 산정하는 방식에서 실제 시스템 사용량, 처리건수를 기준으로 하는 종량제 도입이다. 이를 통해 그동안 모든 비용을 우리은행이 부담하던 방식에서 실제 사용한 양만큼만 비용을 부담하겠다는 것이다.
우리은행 한 관계자는 “IT자원을 얼마만큼 사용했는지보다는 투입된 인건비를 기준으로 아웃소싱 비용이 책정되니 우리금융정보시스템의 높은 인건비 때문에 전체적인 아웃소싱 비용이 높아지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우리금융정보시스템이 IT아웃소싱 서비스 수행 중 비용절감을 이룬 사례에 대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방안도 이번 재계약 내용에 포함시켰다.
신한금융그룹과 하나금융그룹도 IT자회사 활용을 놓고 다양한 방안을 마련 중이다. 이중 하나금융그룹이 보다 더 적극적이다. 이미 하나금융그룹은 IT계열사인 하나INS를 그룹 IT셰어드서비스센터로 만들고 있는 상태다. 따라서 하나대투증권, 하나생명 등의 IT인력이 하나INS로 이동했다. 하나은행은 아직 차세대시스템 안정화와 카드시스템을 구축 중이어서 인력 이동은 없는 상태다. 그러나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완료되면 하나은행 인력 역시 이동할 전망이다.
따라서 하나은행 등의 계열사는 향후 하나INS가 얼마나 비즈니스에 민첩하게 IT지원을 할 수 있는지가 관심 거리다. 즉 하나INS의 IT아웃소싱 서비스 수준이 은행 내부에서 직접 이뤄졌을 때와 동일한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느냐의 여부다. 이를 위해 하나은행도 다양한 제도적인 방안 마련에 나서고 있다. 하나INS 내부에 지식서비스본부를 개설한 것과 하나은행 현업 내 IT시너지지원본부를 설립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뤄진 것이다.
신한금융그룹은 다소 더디지만 IT계열사인 신한데이타시스템의 경쟁력 강화 방안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이 중 하나가 신한데이타시스템에게 금융그룹 전 계열사의 IT인프라를 운영하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신한데이타시스템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여전히 고민이 많다. 이 중 가장 고민되는 것은 인력이동이다. 기존의 우리금융이나 하나금융처럼 계열사의 IT인력을 IT자회사로 이동시키는 방안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실제 IT인프라 아웃소싱이 시행될 때도 계열사의 인력이동 없이 신한데이타시스템에서 자체 인력을 늘려 추진했다.
◇KB·산은·농협, IT통합 위해 활용방안 고심=우리, 신한, 하나 외에 최근 금융그룹을 출범한 KB금융그룹, 산은금융그룹도 IT자회사 활용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여기에 오는 2011년이나 2012년이면 신용·경제 분리가 이뤄질 예정인 농협도 IT자회사를 놓고 서서히 활용방안 마련에 나설 예정이다. 이들 금융그룹의 최대 고민은 IT자회사를 전체 IT셰어드서비스센터로 만드냐에 대한 고민이다. 이를 위해서는 인력이동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쉽게 결정할 사항이 아니다.
지난해 9월 지주체계로 전환한 KB금융그룹도 KB데이타시스템이 걱정거리다. KB데이타시스템은 현재 국민은행 의존도가 83.7%로 상당히 높은 편이다. 하지만 국민은행 IT사업 수주에 외부업체와의 경쟁에서 실패한 사례도 있다. 이는 국민은행이 KB데이타시스템의 IT역량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그러나 KB금융그룹이 보다 효율적인 IT통합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KB데이타시스템 활용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이 내부 실무 차원으로 KB데이타시스템 활용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현재로서는 KB데이타시스템 활용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높다.
인력이동도 쉽지 않은 얘기다. 국민은행은 과거 장기신용은행, 주택은행 등과의 합병을 거쳐오면서 조직 통합을 해왔고 이에 대한 완벽한 통합이 이뤄진 것은 불과 몇년 전이다. 이런 상태에서 IT자회사로 인력을 이동시키는 것이 쉽지 않다. 국민은행과 KB데이타시스템과의 임금 격차도 무시할 수 없는 사항이다. 국민은행은 차세대시스템 구축이 완료된 이후인 내년 하반기에나 본격적인 IT자회사의 변화를 모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산은금융그룹은 다소 다른 상황이다. 산은금융그룹은 최근 금융지주로 전환하면서 기존에 각기 흩어져 있던 계열사의 IT역량의 통합 방안을 고민 중이다. 이러한 방안 중 하나가 IT자회사 설립이다. 따라서 산은금융그룹은 다른 금융계열사와 달리 기존 IT자회사를 활용하는 것이 아니어서 비교적 수월할 수도 있다. 단, 산업은행과 대우증권 등에 있는 IT인력 이동에 따른 갈등은 감안해야 할 이슈다.
농협도 신경분리가 이뤄지게 되면 IT조직에 어떠한 방식으로든 변화가 일게 될 전망이다. 이때 IT자회사인 농협정보시스템에 대한 방안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는 농협의 IT분사가 신용과 경제 어느 하나의 지주체계에 편입되지 않고 중앙회 조직으로 남아 지금과 동일하게 농협정보시스템을 자회사로 두는 방안이 가장 효율적일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농협 한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그 어떤 방안도 논의되고 있는 사항은 없다”면서 “향후 좀더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지게 되면 다양한 방안들이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혜권기자 hksh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