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판매법인과 생산법인의 정보를 빠르고 정확히 수집하고 프로세스를 표준화하기 위한 글로벌싱글인스턴스(GSI) 전사자원관리(ERP) 구축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세계 각지 생산공장과 판매법인을 유기적으로 연계해야 하는 제조 대기업군을 중심으로 이 같은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어 주목된다.
이들 기업은 대부분 단계적 방식이나 빅뱅 방식 중 하나를 선택해 추진하고 있다. 대부분의 기업은 인력 및 자원 등 투입요소를 감안해 국내 본사 및 법인에 먼저 구축한 후 순차적 해외 확산과 통합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반면에 가장 먼저 GSI ERP 구축을 시도한 금호타이어 등은 빅뱅방식을 선택했다.
해외법인이 많은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권역별로 글로벌 ERP를 통합해 나가고 있다. 이들은 전 세계를 특정 권역별로 나눈 후 차례로 ERP 구축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전 세계 120여 법인 및 지사를 가까운 권역별로 나눈 후 중국과 아시아 지역부터 구축에 돌입해 독립국가연합(CIS) 등에서 막바지 구축 작업을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의 GSI ERP는 내년 1월 1일 가동 예정이다.
LG전자도 83개 법인을 권역별로 나눠 한 권역당 6개월 단위로 오픈하고 있으며 이미 60여개에 이르는 법인을 GSI로 묶었다. LG전자는 내년 7월 1일 전 세계 법인과 지사를 연결한 GSI ERP를 본격 가동하게 된다.
노재표 LG전자 ERP 추진실 상무는 “GSI ERP로 표준화된 시스템을 통해 글로벌 단일 프로세스 기반으로 업무 환경을 빠르게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정확한 데이터가 원활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범한판토스도 지난 9월 GSI ERP 구축 프로세스 혁신에 착수했다. 한국과 호주법인을 파일럿 형태로 동시 가동한 LG전자처럼 범한판토스도 한국과 해외법인 시스템을 동시에 시범 가동할 계획이다.
국내 법인을 대상으로 ERP를 먼저 구축하고 해외법인의 글로벌 ERP 구축 및 통합을 진행하는 기업은 삼성전기와 만도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GSI ERP 구축에 돌입한 삼성전기는 올해 말까지 국내 법인을 대상으로 구축 완료한 후 내년부터 해외 법인 통합작업에 나선다. 올해 초부터 GSI ERP 구축을 진행한 만도도 올해 말까지 국내 법인을 대상으로 구축을 우선 완료하고 내년 10개 해외법인을 대상으로 구축 예정이다.
현대기아차그룹은 미국 앨라배마 공장 등 해외 공장에 먼저 ERP를 구축했다. 또 지난 1월에 가동한 아산 공장에 이어 내년 상반기까지 국내 본사와 아산, 울산, 전주공장 ERP 구축을 완료할 예정이다. 특히 미국 조지아 공장의 경우 판매법인 ERP와 생산법인 ERP를 선진계획스케줄링(APS)으로 연계해 업무 효율을 크게 높였다.
최상철 현대기아차 ERP 추진실 상무는 “ERP는 구축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비즈니스 효율성을 높여야 하는 것”이라며 “2011년 8월까지 해외 법인에 본격 확산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국내에서 가장 먼저 GSI ERP 구축을 시도한 금호타이어는 일부 신설 법인을 제외하고 빅뱅방식으로 국내와 해외 본사 구축을 마치고 올 3월 프로젝트를 최종 완료했다. LG디스플레이도 국내와 해외에서 동시 추진해 올해 초 GSI ERP를 가동했다.
현병탁 LG디스플레이 업무혁신담당 상무는 “과거에는 법인 및 공장별로 각기 결산을 한 뒤 본사 기준으로 다시 취합해야 했는데 GSI ERP로 통합한 후에는 자동으로 마감과 취합이 일어나 연결재무제표가 만들어진다”며 “같은 기준정보로 전 세계가 표준화돼 공장별 정보도 정확히 비교분석할 수 있게 됐다”고 효과를 설명했다.
LG이노텍은 오랜기간 GSI ERP 구축을 고민해 왔으나 LG마이크론과의 합병으로 추진 일정이 연기됐다. 최근 중장기정보화전략(ISP) 수립 결과에 따라 2012년 GSI ERP를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ERP가 존재하지 않던 PCB 사업부 등에 ERP를 구축하고 일부 사업부의 ERP 고도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처럼 많은 기업이 GSI ERP를 추진하는 배경은 무엇보다 전 세계 법인이 단일화된 프로세스로 계획부터 실행까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된다는 가장 큰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형원준 SAP코리아 대표는 “정보 체계가 하나로 연계됨으로써 제품별, 지역별, 조직별로 필요에 따라 기업 자원을 편성할 수 있게 된다”며 “조직 구성과 기능 전문화의 자유도가 높아져 프로세스 혁신 속도가 더 빨라진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각종 규제 대응을 강화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이에 따라 GSI ERP 구축 이전부터 비즈니스 프로세스에 대한 정의를 명확히 내리고 비즈니스 전략과 시스템이 일체화돼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요구된다. GSI ERP 구축 기업의 연결결산 마감기간이 평균 일주일 이내로 단축된 점도 주요 효과다.
반면에 전문가들은 GSI ERP가 장점도 많지만 동시에 위험요소도 함께 내포하고 있다고 충고했다. 전문가들이 위험요소로 지적하는 가장 큰 요인은 갑작스러운 시스템 장애가 있을 시 전 세계 시스템이 동시에 마비될 수 있다는 점이다.
노재표 LG전자 상무는 “시스템 장애 영향도가 큰 GSI ERP의 단점을 극복해야 한다”면서 “시스템 장애 대응 체계를 갖추는 것이 핵심 사안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이에 각 기업은 하드웨어 이중화는 물론이고 재해복구(DR) 시스템 등을 통해 시스템 장애 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시나리오에 따른 대응 체계와 핵심 업무가 계속될 수 있도록 업무연속성계획(BCP)도 마련해 놓고 있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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