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 조직은 `비용절감 센터`가 아니다

 지난달 10주년을 맞은 세계지식포럼은 어느 때보다 세계적인 경영 석학 및 글로벌 기업 CEO들이 많이 참석해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이번 포럼에서는 ‘하나의 아시아(One Asia)’라는 포럼 기조연설 주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최근 경제 위기 후 아시아의 중요성에 대해 역설했다. 아시아가 글로벌 경제를 이끌어가는 성장 동력이라는 것이다. 그만큼 아시아가 주목받고 있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글로벌 경제를 이끌어가기 위해 글로벌 수준으로 기업의 문화, 조직, 업무 프로세스 등을 높여나가야 한다. 즉 지식 기반의 기업 경쟁력을 강화시켜야 한다는 얘기다. 이를 통해 글로벌 업체로서의 위상을 서서히 만들어 나가야 한다. 또 과거 다른 기업의 최고 사례만을 무조건적으로 추종하고 모방하던 방식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학교 교수의 말처럼 누구도 모방할 수 없는 자신만의 가치를 창출하여 ‘최고(Best)’보다는 ‘독창성(Unique)’을 만들어가는 데 주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몇 가지 해야 할 과제가 있다.

 첫째로 기업 내부 혁신 활동을 수행하면서 배운 실패와 성공의 경험을 기반으로 경쟁력 있는 글로벌 표준 프로세스를 수립하여야 한다. 최근 선진 기업들이 글로벌 전사자원관리(ERP) 및 글로벌 공급망관리(SCM) 체계 구축에 많은 자원과 역량을 투자하는 것은 이것이 모두 기업의 비즈니스 경쟁력 제고를 위한 필수 요소기 때문이다.

 모든 기업은 고유의 비즈니스를 가지고 있으며 제각기 다른 기업 환경과 조직 문화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독창적이고 최적화된 프로세스를 정립하여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생성된 가치 있는 정보는 지속적인 경영 혁신 활동의 근간이자 비즈니스 경쟁력 제고의 원천이 될 수 있다.

 둘째로 지식 기반의 협업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소프트웨어적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전통적으로 기업의 가치를 평가할 때 재무제표 상의 숫자를 중시했다. 그러나 이는 단순히 과거 경영 성과를 나타내는 지표에 불과하기 때문에 그 한계성 탓에 기업 내 무형 자산의 가치와 미래 성장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최근에는 기업의 미래 가치를 반영하는 지식자산, 인적자산, 기업이 구축한 정보 데이터베이스, 경영 노하우, CEO 리더십, 창의적 조직문화 같은 소프트웨어적 경쟁력이 기업 가치 평가에서 더 많은 부분을 좌우하고 있다.

 따라서 기업 내 최고정보책임자(CIO) 조직은 방대한 데이터를 지식화하고 이를 사내에서 공유함으로써 지식경영 체계를 마련하는 데 끊임없이 고민하여야 한다. 기업의 비즈니스가 글로벌 마켓으로 확대되면서 실시간으로 지식을 공유하고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IT 인프라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기업 가치를 높일 뿐 아니라 기업 고유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세계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하게 된다.

 끝으로 급변하는 글로벌 비즈니스 환경에 앞서 대응하고 비교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경영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최근 그린 비즈니스 기회와 함께 환경 규제에 대한 이슈가 부각되고 있다. 특히 글로벌 환경 규제 관점에서 볼 때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과 지속 가능 경영 체계 구축에 대한 요구가 진행되고 있다.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시작된 환경 규제는 전 세계적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일부 선진 기업들은 이미 사전 대응을 위해 전사적으로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볼 때 우리 기업 또한 급변하는 글로벌 경영환경에 대처하기 위해 시급히 경영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나아가 물리적인 IT 인프라 구축뿐 아니라 일하는 방식과 조직 문화의 변화를 위해 능동적으로 경영 혁신 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쳐야 한다.

 글로벌 경기 침체 탓에 기업 내 CIO 조직은 비즈니스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보다는 비용 절감을 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세계지식포럼이 우리에게 던진 메시지 중 하나는 ‘불확실성 시대에 미래를 준비하는 기업만이 미래의 성장을 보장한다’는 것이다. CIO 조직은 비용 절감보다는 효율적 투자를 통해 기업 가치를 증대시키고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혁신 활동의 선봉 조직이 되어야 한다.

 경영의 구루(Guru)인 개리 하멜 런던비즈니스스쿨 교수의 조언처럼 CIO 조직은 창조적 기업으로 변화하기 위해 당연한 것에 도전하는 창의적인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과 열정만이 CIO 조직을 비용 절감을 위한 비용센터가 아니라 혁신 활동으로 기업 가치를 증대시키는 가치센터(Value Center)로 인정받게 할 수 있다.

  kkmin@lscabl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