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층건물, 이제 로봇이 짓는다.’
고층빌딩 건설 공기를 30%나 줄이는 건설용 로봇시스템이 개발돼 본격적인 실용화 테스트에 들어갔다.
고려대 고층건물시공자동화연구단(단장 박귀태)은 지난주 자연대 캠퍼스에 7층 높이의 연구용 빌딩을 짓는 착공식을 가졌다. 이 빌딩은 건설용 로봇시스템이 건설현장에 적용되는 국내 최초의 사례로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내년 6월까지 빌딩공사에 투입될 건설용 로봇시스템은 3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작업자들이 공사 중인 빌딩에서 안전하게 작업할 공간을 제공하는 건설공장(CF)이다. 빌딩공사에 투입된 작업자는 외부환경에 노출된 탓에 바람이 불거나 기후가 나빠지면 추락할 위험이 높아진다. CF는 빌딩 주변을 둘러싼 거대한 유압식 구조물로 시공단계에 따라 높이가 올라간다. 비바람이 몰아쳐도 건설공장은 외부로부터 차단되기 때문에 주야간은 물론 날씨 변화와 상관없이 공사를 진행할 수 있다.
둘째는 빌딩의 뼈대인 철골구조를 자동 연결하는 철골 조립로봇이다. 높은 장소에서 거대한 철골구조물을 수작업으로 연결하려면 엄청난 집중력과 위험부담이 필수적이다. 시공자동화연구단이 개발한 로봇장비는 기계팔과 카메라로 철골의 구멍을 맞춰 대형볼트를 조이므로 사고위험이 현저하게 줄어든다.
셋째는 RFID기반의 건설자재 조달시스템이다. 특정규격의 건설자재가 어디서 얼마나 필요한지, 지금 몇층 작업장에 자재가 쌓여있는지 등을 3차원 건물지도로 한 눈에 관리할 수 있다. 건설자동화를 위해 첨단 IT와 로봇장비가 총동원되는 셈이다. 시공자동화연구단은 내년 6월까지 건설용 로봇시스템을 이용한 빌딩의 골조공사를 마치고 상용화를 위한 검토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건설용 로봇시스템은 지난 1990년대 일본의 건설회사들이 최초로 연구를 시작했지만 100% 자동화에 너무 집착한 탓에 건설현장에서 가격대비 효용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반면 시공자동화연구단은 건설용 로봇시스템을 인간과 로봇이 함께 작업하는 반자동식으로 설계해 실제 주상복합빌딩, 고층아파트 건설현장에 투입할 만한 실용성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두산건설을 비롯한 국내 건설업계는 초고층 빌딩 분야의 로봇기술 적용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박귀태 고층건물시공자동화연구단장은 “고층빌딩건설에 로봇기술을 적용하면 약 30% 공기단축이 가능하다”면서 “3D업종 기피로 건설인력이 갈수록 모자라는 상황에서 건설용 로봇시스템 실용화는 시급한 과제다”라고 말했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