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앞으로 다가온 KT의 애플 아이폰 출시가 스마트폰 가격 경쟁에 불을 지폈다. 무선인터넷 시장을 겨냥해 KT가 예상을 뛰어넘은 조건으로 세몰이에 나서자 기존 시장 선두업체인 SK텔레콤과 삼성전자가 아이폰 대항마인 ‘T옴니아’의 가격을 대폭 낮춰 맞불을 놓았다. KT가 다음주 출시할 예정인 사실상의 전략폰 ‘쇼옴니아’의 단말 가격과 요금제를 어떻게 가져갈지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28일 아이폰 공식 출시에 앞서 SK텔레콤이 지난달 선제 공격 차원에서 내놓은 ‘T옴니아(M710·M715)’의 가격을 아이폰 수준으로 낮추고 26일부터 전국 매장을 통해 물량을 풀기 시작했다. 정식 판매는 28일부터다. SK텔레콤이 아이폰 출시를 사실상 접은 뒤 삼성과 고강도 공조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현실로 나타났다.
SK텔레콤은 특히 할부지원금을 기존의 두 배 수준인 40만원대로 높이고, 삼성전자 역시 제조사 장려금 명목으로 출고가를 10만원 이상 떨어뜨렸다. 이를 감안할 때 T옴니아는 10만원대에서 구입이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에 92만4000원(2Gb)·96만8000원(8Gb)의 출고가로 나온 T옴니아는 SK텔레콤의 올인원 스마트폰 요금제를 이용해도 최저 22만4000원(9만5000원 요금제 이용 시)을 내야 손에 쥘 수 있었다. 반면에 KT가 내놓는 3종의 아이폰은 3만5000∼9만5000원에 달하는 요금제(2년 약정)를 이용해 무료 또는 최고 52만8000원에 구매할 수 있다. 아이폰은 9만5000원 요금제 선택 시 16Gb, 6만5000원 요금제는 8Gb 제품이 공짜로 제공된다.
이 같은 소식이 휴대폰 유통매장들에 전해지자 앞서 T옴니아를 구매한 소비자들의 항의와 개통 철회도 잇따랐다. SK텔레콤의 한 대리점 대표는 “26일 오전에만 대리점을 통한 반품 건수가 100건을 넘어섰다”고 말했다.
아이폰을 겨냥한 맞불작전이 가시화하면서 업계의 시선은 KT가 곧 출시할 ‘쇼옴니아’ 공급 정책에 집중됐다. 이 제품은 성능 면에서 사실상 동급 최강폰이라는 평을 얻은 제품으로 아이폰과 달리 KT가 전면에 내건 두 가지 전략 키워드인 ‘유무선통합(FMC)’과 ‘3W’를 모두 충족하기 때문이다. 아이폰을 통해 무선인터넷 시장 주도권과 SK텔레콤 이탈 가입자 확보라는 외형적 효과를 챙긴 KT가 실질적인 가입자 확대와 수익제고를 위해 쇼옴니아의 실적이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KT 측은 “아직 최종 가격정책을 확정하지 않았지만 동일한 스마트폰 요금제를 바탕으로 판매 전략을 수립 중”이라고 설명했다. 아이폰 출시로 첨예화된 SK텔레콤 대 KT, 애플 대 삼성전자 간 대결구도는 LG전자를 비롯해 노키아·소니에릭슨·HTC 등 외산 업체들이 이미 내놨거나 향후 출시 제품들의 연쇄 가격 인하로 옮아갈 전망이다. 이정환기자 vict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