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개선에 기여한 CIO, 그대는 고액 연봉 1순위"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미국 내 최고연봉 IT 임원

 최근 미 IT전문지가 고액연봉을 받는 CIO들을 소개했다. 포춘 선정 1000대 기업 중 상장기업만 조사한 결과, HP 랜달 모트 CIO 겸 부사장이 1위를 차지했고 하니웰인터내셔널의 래리 키텔버거, 보스톤사이언티픽의 샘 레노,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의 스티브 스쿼리, US뱅코프의 빌 셰네비치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조사는 급여와 인센티브, 임원수당, 연금보험, 주식과 옵션 및 기타 보상을 모두 합해 2008년 연봉의 자산 가치를 기준으로 했으며, HP 랜달 모트 CIO는 연급여 69만달러(7억9716만원)를 포함해 총 연봉 2829만3134달러(한화 약 326억8700만원)로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1위를 차지했던 CIO는 1050만달러를 벌어들인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바바라 데소어지만 자회사의 사장으로 옮기면서 조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 외신에서는 이 CIO들이 기업내 고액연봉 임원 톱5에도 해당된다고 밝히고 있다. 글로벌 대기업인 만큼 임원 수가 수십명에서 수백명에 이르는데 CIO가 톱5 고액연봉 임원 중 하나라는 것이다.

연봉은 해당 임원의 기업 내 위상과 영향력, 기업이 거는 기대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그렇다면 이 고액연봉 CIO들은 무슨 이유에서 이렇게 높은 연봉을 받는 것일까. 바로 비즈니스 트랜스포메이션의 공병대로서 역할하는 것이다. IT 트랜스포메이터 역할에 대해 고액연봉 1위인 HP 랜들 모트 CIO와 최근 IBM 팻 툴 CIO의 관점은 놀랍도록 유사하다. 세계 최대 IT기업에서 IT전략과 운영을 총지휘하는 두 사람의 고민과 해결 방식은 앞으로 기업이 CIO에게 바라는 업무 역할을 시사한다.

◇정확한 보상체계가 고액연봉CIO 창출=이전에 미 상장기업들은 임원 연봉의 보상체계를 모호한 문장으로 기록해뒀다. ‘수익 혹은 매출 성장에 준하는 보상’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기업의 경영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기업이 임원들에게 어떤 방식과 기준으로 연봉과 보상을 제공할 것인지 명확히 세부적으로 기술하도록 했다.

기업 임원들의 은밀한 공금 횡령을 막겠다는 취지였지만, 기업 매출 및 수익 성장과 기여한 임원의 연관성이 뚜렷해지면서 일부 임원들에게는 이전보다 더 많은 성과급이 지급되는 결과를 낳았다. CIO도 그 중 하나다.

즐비한 현업 임원들 사이에서 고액연봉을 받는 CIO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신속하고 스마트한 IT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해지고 있는 비즈니스 환경 변화와 맥락을 같이 한다. 또한 앞으로 CIO와 IT에 기업들이 바라고 있는 기대치를 투영하고 있다. 고액연봉 CIO들은 비즈니스 모델 트랜스포메이션에 앞서 IT 트랜스포메이션을 추진하라는 부담을 안고 있다.

IT트랜스포메이션에서는 크게 △데이터센터 등 IT자원 통합 △신규개발에 인력 집중 배치 등 IT조직 효율화 △비즈니스 성과와 IT의 연관성 강화(IT기여도 가시화)의 단위 목표를 세우고 있다. 고액연봉 IT임원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한 랜들 모트 HP CIO의 IT 트랜스포메이션 작업이 대표적인 예다.

◇IT 자원의 글로벌 통합=랜들 모트 CIO의 고액연봉은 HP의 대규모 IT 트랜스포메이션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끈 보상이라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랜들 모트 CIO는 IT운영 혁신을 위해 지난 3년간 85개에 이르는 HP 데이터센터를 6개로, 700개 데이터마트를 55개로, 6000개 애플리케이션을 1500개로 줄였다고 한다.

지난 9월 초 IBM의 CIO로 임명된 팻 툴 CIO가 추진하는 바도 랜들 모트 CIO와 크게 다르지 않다. 팻 툴 IBM CIO는 △데이터센터와 애플리케이션, 서버의 통합 △혁신에 보다 많은 자원 배치 △IT운영조직 중앙화 등을 주 업무 목표로 밝혔다.

IBM의 콘솔리데이션 작업은 몇 년에 걸쳐 상당 부분 진척됐고 이에 따라 기존 155개의 데이터센터를 5개로, 1만 5000개에 이르던 애플리케이션을 4500개로 줄였다. 3900대의 x86 기반 서버들은 시스템 z 메인프레임을 일부 포함해 22∼24개 시스템으로 콘솔리데이션되고 있는 중이다.

통합 환경에서 군살을 빼기 위한 노력은 업무 애플리케이션에도 적용된다. IBM의 글로벌 싱글 인스턴스(GSI) ERP 프로젝트인 ‘블루 하모니’는 170개국 지사에서 각각 운영되고 있는 SAP ERP와 고객관계관리(CRM) 애플리케이션을 하나로 통합하는 것이다. 현재 각 지사에서는 다양한 버전의 SAP 애플리케이션들을 개별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IBM의 블루 하모니 프로젝트는 5개년에 걸쳐 추진되며, 글로벌 설계 시스템 구축 완료를 앞두고 있다. 팻 툴 IBM CIO은 GSI 프로젝트로 기업 비즈니스의 유연성과 안정성을 강화하게 되며, 이러한 일련의 작업들이 IBM의 대규모 IT 트랜스포메이션을 이끌 것으로 보고 있다.

팻 툴 IBM CIO는 “전세계에 걸쳐 각각 다른 환경에서 운영되고 있는 다중 애플리케이션, 다중 인스턴스 때문에 기업 전략과 비즈니스 프로세스, 그에 따른 핵심 애플리케이션들을 업그레이드하고 지원하는 데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IT트랜스포메이션이 완료되면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으로 더욱 신속, 정확해진 IT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돼 비즈니스 트랜스포메이션에 주춧돌 역할을 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혁신에 80%의 IT자원 투입=IT트랜스포메이션에 IT조직 효율화가 빠질 수 없다. IT조직 효율화에 대한 CIO들의 가장 큰 고민은 기존 시스템을 관리하는 데 더 많은 인력이 투입된다는 점이다.

신규개발에 투입될 인적 자원이 넉넉지 않을 경우 비즈니스 성장에 발목을 잡게 된다. 예산을 핑계대기에는 1년여간의 경기 침체를 거치면서 시대가 변해버렸다. 예산은 CEO에게 더 이상 통하지 않는 변명이 된 것이다.

따라서 고정된 예산 내에서 끊임없이 쏟아지는 비즈니스 요구에 실시간 대응하기 위해서는 효율적인 IT자원 배치가 필수다. HP의 경우 기존에는 운영(유지보수)과 신규 개발이 8:2의 비율이었지만 랜들 모트의 IT트랜스포메이션 추진 이후 3:7로 역전됐다.

랜들 모트 CIO의 목표는 단 20%만이 IT유지보수 업무를 맡고, 80%의 대다수가 신규 개발에 투입되는 IT조직체제를 마련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랜들 모트 HP CIO가 마련한 전술적 접근은 △포트폴리오 관리 △IT워크포스 효율성 △세계 수준의 IT조직 △글로벌 데이터센터 통합 △단일 EDW의 다섯 가지였다. IT워크포스 효율성에 운영(유지보수)과 신규 개발의 IT인력 비율을 바꾸는 것이 포함된다.

IBM도 마찬가지다. 팻 툴 IBM CIO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가장 주력하고 있는 것은 80:20의 유지보수:혁신(이노베이션)의 비율을 바꾸는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예산은 고정돼 있고 운영의 묘를 발휘해야 한다”며 팻 툴 CIO는 “유지보수로부터 트랜스포메이션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것에 대단히 집중하고 있다”고 말한다. 팻 툴 CIO에 따르면 IBM의 현재 상황은 유지보수 63%, 혁신 37%다. 매년 2%씩 바꿔나간다는 계획이다.

기술의 통합(콘솔리데이션)은 IT운영관리의 중앙화와 불가분의 관계다. 기존에 IBM은 기업CIO가 각 사업부의 CIO들과 협업하는 체제였다. 각 사업부 고유의 특성과 사업 영역에 따라 CIO의 우선순위는 다를 수 있었다. 그러나 새로운 운영 모델에서는 팻 툴 CIO가 IBM의 IT전략과 운영을 전반적으로 책임진다. 기업 전략 차원뿐만 아니라 일상적인 IT 운영과 문제 해결도 책임지는 것으로, IT전략과 운영관리의 책임이 더더욱 중앙집중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비즈니스 성과에 대한 IT기여 ’정량적’ 평가=많은 CIO와 IT저널리스트들은 IT의 가치는 비즈니스 성과에 있다고 말한다.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기업 매출 및 수익 증진에 대한 IT의 기여도를 ‘정량적’으로 환산하고자 하는 시도가 일고 있다. 이는 기업 성장에 대한 IT기여도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한 것이다. 정성적 평가만으로는 IT기여도에 대한 과대평가 혹은 과소평가 둘 다의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랜들 모트 CIO는 프로젝트가 완료되고 1년이 지나면 그 결과가 매출로 나타나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렇지 않고서 CEO에게 IT투자의 당위성을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IT부서의 매출은 현업 책임자들에 의한 비용 효과 분석에 기초해 산정된다.

팻 툴 IBM CIO 또한 IT의 가치를 정량적인 비즈니스 성과, 즉 매출에서 찾고 있다. 그의 인터뷰 기사에서는 비즈니스 가치, 프로세스 최적화, 비용 절감, 속도, 고객 포커스, 기업의 트랜스포메이션에 대한 끊임없는 노력이 반복 언급된다.

미 IT전문지 인포메이션위크는 IBM 팻 툴 CIO가 △트랜스포메이션 에이전트 △프로세스 옵티마이저 △테크놀로지 비저너리 △비즈니스 리더 중 어느 하나로 지칭할 수 없다고 평했다. 각 역할의 교집합 성격인 동시에 그 각각의 역할을 해내야 한다. 뿐만 아니다. 팻 툴은 IBM의 세일즈 컨설턴트이기도 하다. 세계 최대의 ‘IBM 솔루션 쇼케이스’를 운영하고 있는 입장에서 동병상련의 CIO들에게 경험에서 우러나온 조언을 해줄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팻 툴 CIO에게 부여되는 대여섯가지의 각각 다른 명칭들은 오늘날 기업들이 바라는 CIO의 역할이기도 하다.

◇위대한 CIO와 좋은 CIO는 다르다=가트너의 마크 맥도널드 그룹부사장은 ‘위대한 CIO(great CIO)’와 ‘좋은 CIO(good CIO)’를 구분하는 것이 이 비즈니스 성과에 대한 관점과 기여도라고 지적한다. “위대한 IT기술자가 위대한 CIO가 되던 시절이 있었다”며 마크 맥도널드 부사장은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보라”고 반문한다.

1, 20년 전만 해도 실무 능력, 특히 기술적인 실무 능력은 리더십과 함께 절대적으로 겸비해야 할 CIO의 덕목이었다. 하지만 시대가 변해서 위대한 프로그래머들은 코드 한 줄 쓸 줄 모르는 CIO의 지시를 받는다.

또한 IT 배경이 없는 현업 출신의 CIO들도 늘어나고 있다. ‘가트너 2009 CIO 서베이’에 따르면 조사 대상 CIO 중 4분의 1이 비IT 업무 출신자였다. 하지만 현업 출신 CIO가 곧 위대한 CIO이거나 비즈니스 성과를 창출하는 CIO라는 뜻은 아니다.

가트너 맥도널드 부사장에 따르면 위대한 CIO는 곧 비즈니스 리더다. 비즈니스 성과의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는 CIO로, 위대한 CIO는 자신의 성과를 비즈니스 성과에서 찾는다. 비즈니스 성과는 비즈니스 관점에서 출발하고 비즈니스 자원을 기술과 연결시키는 능력에서 창출된다.

“좋은 CIO는 기술적 성과를 만들고, 위대한 CIO는 좋은 CIO의 기술적 성과를 토대로 비즈니스 성과를 만들어낸다”는 것이 맥도널드 부사장의 주장이다. 맥도널드 부사장은 이러한 CIO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CIO가 비즈니스 리더십과 성과를 창출해 위대한 CIO가 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것은 CIO가 자신을 소개하는 방식에서 시작된다. 자기소개는 본인의 자아와 가치관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위대한 CIO는 비즈니스 업적 관점에서 자기소개를 한다”며 맥도널드 부사장은 “한 에너지 기업 CIO는 첫 대면에서 자기 이름과 함께 “나와 우리IT팀은 지난해 회사의 현금흐름을 3억달러 이상 개선시켰다”고 소개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 CIO는 IT팀 훈련에도 이를 적용하고 있다. 이 회사의 IT부서원은 자신의 업무와 IT서비스가 회사에 어떤 성과를 가져다줬는지 정량적·정성적 가치를 교육받는다. 이를 통해 IT부서원들은 비즈니스 관점에서 IT서비스의 가치를 평가하는 태도를 확고히 마련하게 된다.

박현선기자 hs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