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홍콩계 사모펀드인 어피너티 에쿼티 파트너스(AEP, 어피너티)가 더페이스샵을 LG생활건강에 매각하면서 소위 ’대박’에 가까운 2-4배의 수익을 챙겨 기업사냥꾼인 사모펀드가 국내시장에 미친 영향에 대해 눈길이 모이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어피너티는 24일 LG생활건강에 더페이스샵의 지분 70.2%을 3천485억원에 매각하면서 첫 매수금액이 700억-1천억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최소 2천485억원에서 최대 2천785억원의 이익을 챙겼다.
지난 2005년 10월 창업주 정운호 회장에게 지분을 사들인 지 4년만이다.
그렇다면 지난 4년간 더페이스샵은 어피너티의 소유 아래 질과 양적인 면에서 얼마나 성장했을까. 어피너티는 2006년 12월께 전문경영인 송기룡 사장을 기용해 정 회장으로부터 경영권을 완전히 이양받은 바 있다.
더페이스샵은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2천351억원과 453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매각이 이뤄졌던 2005년 매출 1천550억원과 영업이익 240억원에 비해 각각 약 51.7%와 약 88.7%가량 크게 성장한 것이다.
특히 2005년 15.5%에 머물던 매출 대비 영업이익률은 2006년 17.3%, 지난해 19.3%로 매년 늘었다.
2005년 국내매장 410곳, 해외 84곳이었는데 현재 각각 700곳과 210곳으로 두배 수준으로 증가했다. 사실상 준수한 양적 성장을 이뤄낸 셈이다.
그러나 이 같은 성장을 질적 성장으로 연결짓는 데는 무리가 있다는 시각이 업계에서는 지배적이다. 더페이스샵이 어피너티 매각 이후 영업이익률이 20%에 가까이 육박하게 된 데는 소극적인 투자에 따른 결과였다는 분석이 많다.
어피너티가 외적으로는 중장기적인 경영을 강조했지만, 투기자본인 사모펀드의 특성상 비용이 드는 투자를 외면한 채 단기적인 수익확보에 집중할 수 없었다는 지적이다.
투자에 따른 현금유출액은 2005년 약 283억원에서 2008년 42억으로 눈에 띄게 줄었다.
반면 비상장회사인 더페이스샵의 배당액은 지난해에만 626억원에 달해 업계 1위인 상장회사 아모레의 345억보다 크게 높았는데 화장품 연구개발 인력과 설비확보를 위한 투자보다는 투자자의 이득 챙기기에 급급했다는 일각의 시각을 뒷받침했다. 또 영업이익 성장률은 2005년 155%를 기록했던 것이 2006년 31.3%로 1년 만에 5분의 1 수준으로 낮아진 데 이어 지난해에는 15.2%에 그쳤다.
업계 관계자는 “화장품업체의 영업이익률이 대체로 높긴 하지만 20% 수준에 달한다는 것은 투자를 일체 포기했다는 걸로 볼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더페이스샵 관계자는 “사모펀드 특성상 투자가 적극적이지 못했던 것은 맞다”면서도 “더페이스샵은 적은 인력과 설비에도 불구하고 특허 23건을 보유하는 등 연구ㆍ개발이 활발하다”고 말했다.
한편 홍콩에 본부를 둔 어피너티는 UBS캐피탈이 설립했는데 2004년 3월 분사 뒤 적극적인 국내투자에 나섰다.
삼성전자에서 19년간 북미지역 재무 등을 담당했던 박영택 씨가 본사 공동대표(매니징 파트너)를 맡고 있으며 현재 운용규모는 40억 달러에 달한다.
만도, 하이마트, 더페이스샵, 스카이라이프, 오비맥주, 해태제과 등 국내업체 7-8곳의 투자에 참여해 하이마트 매각때만 1조원의차익을 남겨 화제를 모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