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 국영기업 두바이월드의 모라토리엄(채무상환유예) 선언으로 27일 국내외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리면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등 출구전략 시기가 지연될지 주목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우려했던 세계적 금융위기 이후의 불확실성이 현실로 나타난 만큼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에 더욱 신중을 기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한은은 이달 초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근거로 앞으로 성장경로의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성태 한은 총재는 불확실성과 관련한 변수로 신종플루를 꼽았다. 신종플루가 빠른 속도로 확산될 경우 국내총생산(GDP)을 0.2~0.3%포인트가량 감소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한은의 기준금리 동결에도 불구하고 신종플루가 경제나 금융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다면 내년 초에는 경기 회복 속도를 감안해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국내외 경제와 금융시장에 직접적인 충격을 주는 두바이 사태가 발생하면서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늦출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두바이 사태가 세계적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가격 폭락 등에 따른 것이어서 세계 경제가 작년 하반기 발생한 금융위기를 아직까지 극복하지 못했다는 점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유럽은행들이 두바이에 물려 있는 채권이 최대 400억달러에 달하고 있어 세계적 신용경색 이 재현될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 수출입 물동량이 몰리는 월말에 철도노조가 파업에 들어간 데 이어 두바이 사태로 해외 수요가 감소하면 경기 회복을 이끌고 있는 수출이 위축될 수도 있다.
양진모 SK증권 연구원은 “두바이 사태는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이기 때문에 기준금리 인상을 위해서는 더 두고 봐야 한다는 시각에 힘을 실어줄 것 같다”며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연초로 예상했던 전문가들은 하반기로 미루고, 하반기로 전망했던 이들은 내년 초로 미룰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두바이 사태 여파로 더블딥(경기상승 후 재하강) 논란이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배상근 경제본부장은 “우리 수출시장이 중국, 중동, 대양주 등으로 다변화하고 있는데 중동이 흔들리면 수출에 악영향이 우려된다”며 “세계적으로 경제심리가 위축될 것으로 보여 더블딥 논란이 다시 불거지면서 출구전략 시행이 늦춰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