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가린` a-Si 태양전지

한국철강이 자사 a-Si 태양전지를 이용해 건설한 전라남도 해남 태양광발전소.
한국철강이 자사 a-Si 태양전지를 이용해 건설한 전라남도 해남 태양광발전소.

 한 때 차세대 기술로 각광받았던 ‘비정질실리콘(a-Si)’ 박막 태양전지가 경쟁 제품인 결정형 태양전지 가격 하락 탓에 시장에서 퇴출될 위기에 몰렸다. 생산라인을 건설해 놓고도 실 가동률이 한자릿수에 머무는가 하면, 신규 진출업체들은 투자를 보류하거나 결정형 태양전지로 눈을 돌렸다. 최근 실물경기가 서서히 살아나고는 있지만 태양전지 시장은 여전히 바닥을 맴돌고 있다는 점에서 갈수록 a-Si 박막 태양전지 업체들의 설 자리는 좁아질 전망이다.

 29일 업계 및 금융감독원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생산능력 대비 실생산량을 기준으로 한 한국철강(대표 김만열)의 a-Si 박막 태양전지 라인 가동률은 3.7%을 기록했다. 상반기 5.01%보다 더 떨어졌다. 이 회사 분기 생산능력은 15만6600장인데 비해 실제 출하량은 3분의 1수준인 5806장에 그쳤다. 알티솔라(대표 김덕영)도 25메가와트(㎿) 규모의 a-Si 박막 태양전지 1라인 가동률이 극히 저조한 상태다. 당초 이 회사는 내년까지 총 130㎿까지 생산능력을 확대할 예정이었다. 현재 관련 계획을 보류, 구리·인듐·갈륨·셀레늄(CIGS) 등 다른 방식의 태양전지 라인 투자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정형·박막형 태양전지 모두 연구개발팀을 꾸렸던 삼성전자는 30㎿ 규모의 R&D 라인을 건설하면서 결정형 태양전지에 더 힘을 싣는 분위기다. 단기적으로 고효율의 단결정 태양전지 연구개발 및 사업화에 매진한 후, 박막 태양전지 시장 진출은 시간을 두고 추진한다는 내부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a―Si 박막 태양전지의 이 같은 고전은 아직 경제상황이 완전한 회복세를 타지 못하고 있는 반면, 태양전지 생산능력은 갈수록 확대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15기가와트(GW) 수준이었던 전 세계 태양전지 생산능력은 올해 20GW까지 치솟았다. 특히 경쟁 제품인 결정형 태양전지 생산능력이 대폭 늘면서 a-Si 박막 태양전지와의 가격차가 크게 좁혀졌다. 여기에 중국산 저가 태양전지가 대거 유입되면서 결정형 제품 가격이 와트당 2달러까지 떨어졌다. 태양빛을 전기로 바꿔주는 비율인 광변환효율이 결정형 대비 절반에 불과하지만 가격경쟁력에서 앞섰던 장점이 사라진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중국산 결정형 태양전지가 성능면에서도 향상된 제품이 많다”며 “효율은 물론이고 가격에서도 결정형 태양전지를 앞서지 못하면 a-Si 박막 태양전지 시장은 점점 좁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안석현기자 ahngija@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