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D램 시장을 석권한 국내 반도체 기업 수장들이 내년 공급 부족이라는 일치된 전망을 내놨다. 전 세계 메모리 1, 2위 기업의 전망에 자신감이 붙으면서, 향후 글로벌 경쟁에서도 확실한 우위를 점하게 됐다.
김종갑 하이닉스반도체 사장은 최근 기자와 만나 내년 시장 전망을 묻는 질문에 “전체적으로 보면 D램이 부족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1분기엔 계절적 비수기로 수요가 줄 수도 있다”고 단서를 달기는 했으나, 내년 한 해를 큰 틀에서 보면 공급이 수요를 못따라 갈 것으로 예측했다.
표현의 차이는 있지만 이는 권오현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사장의 내년 시장 전망과 맥을 같이 한다. 지난 10월 말 있었던 삼성 사장단 회의에서 권 사장은 “내년 D램은 물론이고 낸드 플래시에서도 공급 부족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지면 가격은 내려간다. 반대로 수요보다 공급이 적으면 가격은 강세를 보인다. 이런 수요공급법칙을 적용해 권오현 사장과 김종갑 사장의 ‘공급부족’ 전망을 종합하면 내년에 D램 과잉 공급은 없을 것이고, 가격도 상승쪽으로 탄력이 붙을 것이 분명하다.
공급부족의 근거는 크게 두 가지다. 현재 D램의 주 사용처인 PC 수요는 살아나고 있다. 그러나 구조조정을 거치며 공급량을 줄인 ‘치킨게임’의 패자들은 수요 회복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입은 피해로 생산을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만, 일본 등의 경쟁 D램 기업들은 누적 적자만 250억달러에 달한다”고 전했다.
이런 와중에 전세계 시장의 절반을 점유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DDR2에서 DDR3로 비중을 옮기고 있다. 최신 제품 생산에 집중하면서 기존 제품은 넉넉히 물량을 내지 않으니 공급이 달린다.
승자의 여유 때문일까.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수장들의 최근 발언엔 자신감이 묻어 난다.
권오현 사장은 “제2의 반도체 신화를 만들겠다”고 공언했으며 김종갑 사장은 “하이닉스는 반도체 경기 사이클 충격을 자체 흡수할 수 있는 회사”라고 말했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