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일방적으로 산정한 공공 정보화사업의 소프트웨어(SW) 가격을 2012년부터 업계 자율로 결정한다. 공무원의 전문성 부족으로 SW 개발비를 제대로 받지 못한다는 지적에 따른 정부의 획기적인 조치다.
29일 공공기관 등에 따르면 지식경제부는 공공기관 SW사업 예산 배정의 척도인 SW 사업대가 기준항목 중 SW 개발비용을 공급처인 SW업체가 직접 산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방안에 따르면 공공 기관은 SW 개발비 예산의 한도만 책정하고, 구체적인 금액을 입찰에 응하는 SW업체가 산정해 제안하는 방식이다. 수주업체는 스스로 제안한 가격에 맞춰 SW 개발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정부는 이 같은 방안이 확정되면 현행 SW 사업대가 기준을 2011년까지 일몰제 형태로 한시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지경부는 이르면 다음 달부터 기획재정부, SW 업계 등과 논의할 예정이다.
지경부는 이 제도의 적합성을 점검한 뒤 장기적으로 SW 개발비 외 SW 유지보수 등 사업 대가 기준 전체를 민간으로 이양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이는 그간 SW 가격 현실화를 위해 수차례 SW 개발비용 산정방식을 변경했으나 실효성을 거두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경부는 지난 5월 SW 기능이나 질적 수준을 무시하고 개발자 투입 수(헤드카운트) 기반으로 진행돼온 ‘맨먼스(M/M) 방식’의 대가산정 기준을 탈피하고 기능별로 소요되는 비용을 산출하는 기능점수 방식 적용을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SW 개발비 산정 기준을 변경했다.
그러나 공공기관은 기능점수 중심으로 예산을 배정받고 정작 맨먼스 형식으로 발주하는 등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했다. 정보화 담당 공무원의 비전문성으로 SW 개발 비용이 적절하게 산정되지 않아 추가 개발 비용을 투입해야 하는 사례도 고질병으로 지적됐다. SW 업계는 이 때문에 수익 확보를 위해 하도급 업체를 고용함으로써 전체 프로젝트의 질을 떨어뜨리는 악순환 고리도 이어졌다.
SW 업계는 정부 조치에 일단 환영하면서도 근본적으로 SW 예산의 증액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SW 업체 한 CEO는 “이 조치로 SW업계에서 추가적으로 발생했던 하도급은 상당 부분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예산은 그대로인 상황에서 비용 산정 주체만을 변경한다고 해서 바로 SW업계의 수익성이 나아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경부 관계자는 “SW 개발비용을 민간이 산정하면 SW업계는 제값을 받을 수 있고 SW 발주 과정도 더욱 투명하고 전문적으로 바꿀 수 있다”면서 “관계기관과 SW업계의 의견을 신중히 수령해 제도 조기 정착에 힘을 모으겠다”고 강조했다.
정진욱기자 coolj@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