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국내외 강소기업에 투자를 확대하는 것은 세계 IT 시장에서 ‘확실한 아군’을 많이 만들겠다는 포석이다. 특히 골리앗과 같은 대기업 인수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면서 핵심기술을 가진 다윗 기업들과 연대를 구축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새로 마련한 ‘비전2020’을 달성하기 위해 공격적인 인수합병(M&A) 투자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투자 방향=두 달 새 삼성전자가 보인 투자 방향은 핵심 기술력을 갖춘 제조사와의 협력 강화 및 콘텐츠 및 애플리케이션 발굴의 두 가지다.
에이테크솔루션의 지분 인수와 퓨전IO에 대한 투자는 각각 TV와 SSD사업을 강화하기 위한 기술 확보로 풀이됐다. 삼성이 지난 2007년 이미지센서를 전문으로 생산하는 ‘트랜스칩 이스라엘’을 인수한 뒤 ‘삼성 반도체 이스라엘 R&D센터’라는 법인으로 전환, 계열사에 편입시킨 것도 같은 맥락이다. 퓨전IO의 지분 투자는 지난해 인수를 추진하다 무산된 샌디스크의 견제와 함께 핵심기술 보유 업체에 대한 장기 투자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핸드마크와의 공동 벤처펀드 조성과 세계 디지털지도 시장을 주도하는 텔레아틀라스와 전략적 제휴는 콘텐츠, 애플리케이션과 같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분야의 투자 확대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연계한 신기술을 발굴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내부 문단속 성격도=삼성전자가 지분을 투자한 기업들은 삼성에서 반도체를 공급받거나, 삼성에 부품을 납품하는 기업들이다. 대부분이 긴밀한 협력 관계다. 또 작지만 강한 이른바 ‘강소기업’이라는 점이다. 샌디스크 인수가 무산된 이후 협상과 관리가 상대적으로 수월한 중소 벤처기업으로 눈을 돌린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견·중소기업 투자금액은 크지 않으나, 새로운 성장엔진 발굴을 위한 장기투자 차원에서 소규모 지분 인수, 또는 전략적 파트너십 체결이 이뤄지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차별화된 핵심기술 유출을 미연에 차단하겠다는 ‘내부 문단속’ 성격도 지닌다.
◇전망=삼성이 알찬 기업을 인수하거나 끌어들이는 것은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를 높이는 것은 물론이고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하겠다는 시도로 보인다.
따라서 업계는 삼성전자의 M&A 전략이 공격적인 투자로 갈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특히 앞으로 유망한 중소 벤처기업에 대한 삼성전자의 지분투자 또는 M&A는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우선 신성장엔진으로 선택한 의료바이오 분야에서 추가 투자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다. 삼성은 바이오시뮬러 사업 진행을 위해 해외 기업과의 전략적 제휴 또는 지분인수 가능성을 타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원석기자 stone201@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