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원장 김흥남)이 CDMA개발을 통해 미 퀄컴으로부터 거둬들인 기술료 분배금 수입은 전부 얼마나 될까? 답은 3182억원이다. 간접적인 파급효과까지 따지면 56조4000억원이나 된다. ETRI가 특허전략에 공을 들이는 이유다.
ETRI는 오는 2012년 미국 특허 연 500건 확보와 특허료 해외 수입 1억달러 달성을 목표로 CPO(최고특허관리자) 제도 도입과 보상강화, 전담조직 역량 전문화 등이 포함된 신특허전략을 세워놨다.
이 같은 전략이 먹혀들어갈 경우 출연연 사상 처음으로 누적 특허료 1조원 시대를 열어갈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ETRI의 특허기술로 수입은 지난 2007년 19억원이던 것이 지난해엔 159억원으로 8.4배나 늘었다. 특허 출원 및 등록은 매년 10∼15%씩 늘고 있다. 지난 해말 기준으로 누적 특허 출원 건수는 2만6818건, 등록건수는 1만6038건이다.
특허의 질 향상도 함께 이루어지고 있다. 지난해 특허청이 발표한 국가 R&D특허성과 보고서에 따르면 S 및 A등급 특허는 전년대비 각각 0.9%, 10.4%로 증가했고, B와 C등급은 각각 6.8%, 4.5% 감소하는 등 특허 질이 개선됐다.
특히 주목할 것은 특허기술에 관한 글로벌 마케팅 결과다. 삼성과 LG, 팬택계열 및 ETRI 등이 참여하고 있는 국제표준 ‘특허풀’을 통해 지난 2005년 이후 매년 10∼20억원씩 총 80억원을 벌어 들였다. 지난해 말에는 영국소재 글로벌 펀드 업체와 미활용특허 504건에 대한 지분 50%를 양도하는 계약으로 선급금 625만달러와 미래 수익에 대한 지분 40%를 확보했다.
해외 소송을 제기해 올린 성과는 3세대 이동통신단말기 부문에서 제소직전 대만업체로부터 900만달러의 기술료 수익을 올렸다. 일본 교세라, 소니에릭슨 등과는 특허침해 소송을 진행중이다.
또 올해 7월에는 노키아와 모토로라, 애플 등 세계 굴지의 다국적기업을 포함한 25개사를 상대로 추가 소송을 제기해 현재 10여개사와 개별 로열티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ETRI 관계자는 “2003년 이전만 해도 ‘특허=돈’이라는 인식이 다소 부족했었다”며 “임주환 전 ETRI원장 시절 기술이전 및 특허 전문가 양성 등을 기치로 조직체계를 강화하고 최문기 전임 원장을 거치며 특허사업화의 드라이브가 본격 걸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
<미니 인터뷰>
“세계 각국은 지금 특허 등 무형자산을 둘러싼 ‘전쟁’이 한창입니다.”
ETRI 신정혁 지적재산팀장은 “지식경제사회로 진입화면서 지식재산에 대한 비중이 갈수록 커가고 있다”며 “이에 따라 각국이 미래 기술에 대한 선점과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특허전략을 마련하는 등 움직임이 활발하다”고 말했다.
신 팀장은 “IP창출부터 활용까지 모두 아우르는 특허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R&D 기획부터 사업화까지 전체 프로세스와 유기적으로 연계하는 방향으로 정책 집행이 이루어지고 있다”며 이 같이 설명했다.
신 팀장은 “ETRI를 포함해 연구기관에 가장 중요한 자산은 우수한 인재와 함께 바로 특허자산”이라며 “우수특허를 확보하고 사업화를 통해 특허자산의 가치를 높이는 작업이야말로 기관과 국가를 한단계 업그레이드하는 작업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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