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세종시 대안으로 교육과학도시를 언급, 과학비즈니스벨트 등 과학계로 파급이 확대되면서 백년 대계인 과학문제도 정치 논리에 휩쓸릴 전망이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과 해당지역 자치단체장 등은 구체적인 대안 제시가 미흡하며, 기존 논리 외에 국가 균형발전 철학이 없다며 강력히 반발, 파국으로 치닫는 모습이다. 당장 국회 예산 심의부터 대립이 예상됐다.
이 대통령은 27일 밤 10시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이어진 ‘특별생방송 대통령과의 대화’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지금 원안을 바꾸는 게 국가와 국민에 도움이 되더라도 사회 갈등과 혼란을 가져온 데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이 대통령은 세종시 수정으로 인한 타 지역의 피해 우려와 관련 “세종시 때문에 다른 곳으로 갈 게 이곳으로 간다는 일은 정부는 하지 않는다”고 못박고 “정부는 혁신도시에 대한 것은 당초 계획대로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세종시 수정안에 대해 “교육과학도시라고 하는데 지금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저는 교육과학이 중심이 될 수 있다고 본다”며 교육과학도시에 힘을 실었다.
이에 대해 정부출연연구기관이 대거 운집한 대덕은 과학기술계의 여론을 반영한 방안 마련을 촉구했다.
김명수 한국표준과학연구원장은 “정치 이슈화된 세종시 문제에 대해 찬성 또는 반대를 표명하는 데는 신중할 수밖에 없다”며 다만 “과학비즈니스벨트가 세종시로 간다면 어떻게 대덕과 연계할 것이냐 하는 문제를 고민해야 하고 그 논의의 장에서 과학기술자가 소외되어선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시 현안과 맞닥뜨린 충남과 대전시, 충북도 등은 여전히 수정론을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충북도 관계자들은 “세종시 수정은 이미 추진 중인 사항이므로 대통령의 입장 표명은 원안 추진 약속을 지키지 못한 사과라는 의미로 본다”면서도 “단순히 충청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 차원의 문제로 오래 전부터 공론화를 통해 다양한 보완방안에 대한 충분한 논의를 거쳐 대안을 마련했어야 하는데 이 과정이 생략된 것이 매우 아쉽다”고 덧붙였다.
대구나 부산 등은 오히려 ‘역차별’을 우려했다. 부산 지역 한 관계자는 “정부 출연연 등 연구기관이 세종시에 집중될 경우 그간 추진해 온 부산시의 R&D 기관 유치 등도 차질을 빚게 될 것”이라며 “연구기관 등이 세종시에 집중되면 타 지역의 위화감과 함께 지방 과학 진흥에도 심각한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정운찬 총리는 28일 세종시 민관합동위원회 위원들과 세종시를 방문, 지역 주민 대표들과 간담회를 갖고 “세종시를 과학, 교육, 경제, 녹색 등이 융복합돼 최상의 시너지가 발생하는 신성장 거점으로 만들려 한다”며 “대덕, 오송, 대전과 연계한 중부권 신성장 클러스터를 만들려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과학도시로 세종시 수정안의 골격이 잡힘에 따라 정치에서 시작된 논란은 과학비즈니스벨트 세종시 입주를 둘러싼 논쟁 양상으로 퍼지게 됐다. 과학계의 입장이 반영되지 않는다는 원성도 커지는 양상이다.
박희범·유형준기자 hb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