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신마취된 수술 환자가 갑자기 수술도중 깨어나는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의식의 핵심 수수께끼를 풀 실마리가 한·미 공동연구진에 의해 제시됐다.
포스텍의 김승환 교수(물리학과)팀과 서울 아산병원 노규정 교수팀, 미 미시건 의대 이운철 연구원은 사람의 전신마취실험에서 무의식 상태로의 전이가 뇌의 정보흐름경로의 억제에 의해 일어난다는 증거를 처음 제시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이 분야 전문지인 ‘의식과 인지’의 1일자 주목할 만한 논문으로 소개됐다.
한·미 연구팀은 정맥 마취제인 프로포폴(propofol)을 정상인에게 주사, 전신마취를 유도한 뒤 인지를 다루는 전두엽에서 감각정보처리를 하는 두정엽으로의 정보 흐름의 방향과 양을 측정했다. 그 결과 전두엽에서 두정엽 방향으로의 정보 흐름은 전신마취로 의식을 잃는 것과 동시에 급격히 감소하지만, 그 반대 방향 흐름은 향상 일정하게 유지되는 것을 발견했다.
이 같은 결과는 전신마취된 환자의 각성이 갑자기 돌아오는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새로운 지표 개발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승환 교수는 “학제간 융합연구를 통해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의식 소실의 단계적 과정 등 의식의 핵심 수수께끼를 풀어나갈 실마리를 찾았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또 개인마다 의식상태와 무의식상태에서 다른 사람과 구별되는 개인적인 뇌 활동 패턴이 존재한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세계적인 마취의학자인 미 위스콘신대 앤소니 허츠는 포스텍 공동연구팀 연구에 대한 특별 초청 논문에서 “마취와 의식에 대한 신경학적 이해의 새로운 길을 열었다”고 높이 평가했다.
이번 연구는 앞으로 뇌사나 식물인간, 수면, 간질 등 다양한 의식과 무의식상태에서 특징적인 정보 흐름 구조의 존재와 역할을 규명하는 데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포항=정재훈기자 jh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