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미국, 비관세장벽 시장 개방 논의

 유럽연합(EU)과 미국이 ‘세계무역기구(WTO) 도하개발어젠다(DDA) 비농산물시장접근(NAMA) 비관세장벽(NTB) 철폐 협상’의 예열을 시작했다.

 개발도상국과 첨예하게 대립하는 농산물 긴급수입관세 문제와 달리 전기전자·자동차·통신서비스 등 NAMA 분야에서 자국에 유리한 시장 개방안을 끌어내기 위해서다.

 30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153개 회원국 대표단 2700여명이 참가하는 제7차 WTO 각료회의가 개막한 가운데 유럽위원회(EC)와 미국이 비공식 DDA NAMA NTB 협의를 본격화한 것으로 확인됐다.

 EU와 미국은 비공식 회의나 양자 간 협의 형태로 한국을 비롯한 주요 시장의 전기전자·자동차·통신서비스 분야 NTB 철폐를 제안했다. EC와 미국의 제안이 공식 발표되지 않았으나 전기전자 제품의 공급자 적합선언(SDoC) 도입, 통신서비스 개방 등에 초점이 모였다.

 EU와 미국은 안전 등 전기전자제품의 적합성을 공급자가 스스로 확인해 판매하는 SDoC의 전면 도입을 줄기차게 주장했다. 미국의 ‘외국 전기전자제품 인증·시험기관들이 국경 제한 없이 적합성 평가에 참여할 수 있게 하자’는 제안도 덧붙였다. 제품 인증 비용과 시장 진입기간을 줄여 국가 간 수출입을 촉진하는 게 SDoC의 목표다.

 국가별 기간통신사업의 외국인 지분율도 NAMA NTB 의제다. 지난 2007년 통신서비스 분야 복수 국가(Friends) 회의에서 ‘외국인의 기간통신사업자 직간접 투자 지분을 50% 이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공식 제기됐다.

 특히 기간통신사업자에 대한 직접 투자 제한이 없는 EU의 압박이 상당하다. 궁극적으로는 ‘100% 개방’을 요구하는 셈이다. 기간통신사업 직접 투자를 ‘49% 이하’로 유지하는 한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이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

 ‘통신서비스의 국경 간 공급 제한 폐지’ 요구도 EU가 꾸준히 요구해왔다. 통신서비스를 공급하려는 국가 안에 따로 법인을 설립하지 않더라도 전화·인터넷 등을 판매할 수 있게 하자는 주장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무역 촉진을 위해 가장 효과적인 것이 DDA 협상을 이른 시일 내에 종결하는 것”이라며 협상 종료 노력을 천명, 상대적으로 적극적인 개방 입장을 밝혔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