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디지털 전환 시범사업에 국내 기술진이 개발한 디지털 방송장비를 우선적으로 사용하기로 했다고 한다. 2년 뒤로 다가온 아날로그 지상파방송 종료와 디지털 전환 사업에 국산 중계기와 안테나 등이 많이 쓰일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방송장비 시장에는 외산 일색이다. 대부분 일본이나 미국·독일 등의 장비를 쓴다. 종속에 따른 폐해도 우려돼 왔다. 가장 규모가 큰 KBS의 디지털전환 시설비 1400억원 중 많은 액수를 외산 장비 구입에 쏟아부을 것이라는 예상이 그래서 나왔다.
방통위는 디지털전환 시범사업에 국산 디지털 분산중계기를 전량 사용하도록 할 방침이다. DTV 분산중계기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KBS·휴텍21·답스와 함게 세계 처음으로 개발한 제품이다. 방통위 등에 따르면 기존 DTV 중계기가 인접한 중계기들 간 혼신을 방지하기 위해 서로 다른 주파수를 쓰는데, 이 제품은 같은 주파수를 사용할 수 있어 주파수 자원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다.
시범사업 후 본사업에서도 채택될 확률이 높다는 방증이다. 이에 따라 방송 수신을 위해 실내에 장착하는 안테나 수요도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앞으로 디지털전환 본사업이 시작되면 방송 장비 시장의 확대가 불가피하다. 해외 시장도 열렸다. 외산에 안방 시장을 거져 내주다피시 한 방송장비업계로선 획기적인 전환기로 작용할 수 있다.
기능과 성능 문제를 들어 국산 제품을 외면해온 상황을 이제 갓 벗어난 수준이긴 하지만 이 역시 기술 개발과 상용 제품 출시에 애쓴 기업인들의 노고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제 정부 몫이다. 국산 제품이 외산 제품과 기능·성능이 동등하거나 낫다면 국산 제품을 쓸 수 있도록 과감한 지원을 해야 한다. 혹시라도 있을 역차별을 방지하고 산업 발전으로 이어갈 수 있는 법·제도뿐만이 아닌 다양한 정책적 지원책을 강구하라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