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주요 기업들이 한 분야에만 집중하던 최근의 추세에서 벗어나 원료부터 제조, 판매, 유통 등에 모두 진출하는 이른바 ’수직적 통합(Vertical Integration)’에 나서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0일 미국 소프트웨어 업체 오라클에서부터 아르셀로 미탈, 펩시, 제너럴모터스(GM), 보잉 등에 이르기까지 주요 기업들이 제조 한 분야에만 집착하던 기존 전략에서 벗어나 원료나 유통, 하드웨어 업체 등을 인수하면서 수직 계열화에 나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전문화를 통해 최대의 효율을 달성하고 제품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산업계의 트렌드를 뒤집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과거 이런 전문화 바람으로 인해 철강업체들이 1980년대에 광산 부문을 매각했고 1990년대에는 자동차 업체들이 부품 공급 부문을 잇따라 분사시켰다.
IT(정보기술) 부문에서도 한 업체가 컴퓨터 칩과 저장장치, 소프트웨어, 컴퓨터 조립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만드는 추세를 대부분 포기했었다.
하지만, 최근 기업들의 인수.합병(M&A) 내용을 들여다보면 구매와 공급의 수직선상에 놓여 있는 업체를 인수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오라클의 썬마이크로시스템즈 인수 추진은 업계에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업체의 완벽한 조합으로 불리는 사건이다.
오라클의 창업주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래리 엘리슨은 2년 전만 해도 오라클이 소프트웨어 부문에 집중할 것이며 컴퓨터 하드웨어에는 진출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었지만, 지난 9월 연설에서는 이런 시각이 “근본적으로 틀린 것”이라고 입장을 바꿨다.
지난 2년간 보잉은 787드림라이너 제트기의 부품을 만드는 합작업체 지분 50%와 공장을 인수했다. 이는 수백 개의 업체로부터 부품을 조달받아 조립해왔던 보잉의 공격적인 아웃소싱 전략을 정면으로 뒤집는 것이다.
파산보호에서 벗어난 GM은 1999년 자기 회사에서 분사해나간 부품공급업체 델파이의 조향 장치 부문과 공장 등의 지분을 인수하면서 안정적인 부품공급을 꾀하고 있다.
철강업계에서는 급변하는 철광석 가격에 대처하고 원자재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아르셀로 미탈이 브라질과 러시아, 중국의 광산을 잇따라 인수했으며 전기로 업체인 누코는 지난해 원료인 고철을 처리하는 업체를 인수했다.
기술 부문에서 오라클 외에도 세계 최대의 PC업체인 HP(휴렛패커드)가 지난해 IT 네트워크 기업인 일렉트릭 데이터 시스템즈(EDS)를 인수한 데 이어 이달에는 소프트웨어 및 네트워킹 장비 제조업체인 쓰리콤(3COM)도 인수했다.
라이벌인 델도 최근 기술서비스 업체인 페롯시스템즈를 샀고 애플은 지난해 반도체칩 제조업체인 ’P.A.세미’를 인수하면서 2년간의 휴식기를 끝내고 반도체 분야에 다시 진입했다.
아직은 자기 사업부문의 영역을 고수하는 업체들이 많은데다, 수직계열화에 나서는 업체들도 저마다 그 이유는 조금씩 다르다. 한 업체의 독과점으로 인한 폐해를 막으려는 각국의 반독점 당국의 서슬 퍼런 감시도 넘어야 할 과제 중 하나다.
오라클의 엘리슨 CEO는 오라클이 수 십년간 업계를 지배해온 트렌드에 역행했었다는 점을 상기시키면서 “우리는 진짜 똑똑하던지, 아니면 바보들”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