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과학 분야에서 연구개발(R&D)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연구주제에 과학자가 맞추는 것이 아니라, 과학자 자신이 선택하는 연구방향을 정부가 지원하는 방식으로 ’발상의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ㆍ원장 김석준)은 1일 ’기초과학 분야의 연구기관 R&D 효율성 제고 방안’이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R&D 투자액은 점점 증가하고 있지만 투자 효율성 측면에서는 주요 선진국에 비해 미흡한 실정”이라며 이같이 제안했다.
STEPI 정책자료집 ’STEPI 인사이트’ 최신호에 실린 이 보고서는 기초연구 분야에서 탁월한 R&D 효율성을 보이고 있는 미국 소크연구소(Salk Institute)의 사례 분석을 통해 국내 R&D 활동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 시사점을 제시했다.
소크연구소는 유럽연합(EU)이 실시한 전 세계 생명과학 연구기관의 ’탁월성 지수’(Excellence Index) 조사에서 1위를 차지한 연구기관으로 지난 50년간 2천여명 이상의 과학자를 배출, 이들 중 5명이 노벨상을 수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탁월성을 높이기 위한 소크연구소의 정책은 ’엘리트 연구소’란 용어로 압축된다. 이는 규모의 성장을 목표로 하지 않고 항상 50여명 선에서 교수진 수를 유지하되, 세계적으로 가장 경쟁력 있는 과학자를 모으기 위해 끊임 없이 노력한다는 것이다.
또 소크연구소의 경영철학이 눈에 띄는 대목인데 인간 중심, 연구의 자율성 보장, 새로운 연구기회 포착, 연구여건 보장 등이 주요 내용이라고 보고서는 전했다.
특히 소크연구소는 과학자를 위한 최고의 연구환경으로 ’의무는 부과하지 말고 대신에 기회를 주자’는 원칙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소크연구소에서는 자율적으로 학자들의 공동체가 조성될 뿐 아니라, 연구개발 관리의 기본 철학은 과학자들을 방해하지 말고 연구성과 창출을 돕는 것이란 결론을 자연스럽게 도출시키고 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보고서는 따라서 우리나라도 연구개발의 양보다는 질적 성장을 통한 과학적 탁월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과학자가 선택한 연구방향을 정부가 지원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고 과학의 국제화와 개방을 통한 연구 활력과 생산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아울러 보고서는 연구비 지원과 평가를 국제화함으로써 국적에 무관하게 우수한 인재가 우리나라 과학 연구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