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네트워크] (8부) 커넥티드 단말기

 외근중이던 A씨는 지하철에서 단말기로 음악을 들으며 밀린 e메일을 확인하던 도중 팀장으로부터 점심을 먹으며 업무를 논의하자는 메시지를 받는다.

 메시지는 자동으로 A씨의 일정과 연계되어 약속이 가능한지, 아니면 다른 약속을 취소할 것인지를 묻는다. 팀장과 전화하며 모바일앱에서 적당한 식당을 찾아낸다. 식당정보를 승인하자 자동으로 식당 예약 서비스와 연계되고 시간과 장소가 정리된 메일이 팀장에게 보내진다.

 A가 약속 장소로 이동하면 단말기가 GPS가 감지, 나의 현재장소에서부터 약속장소까지 가는 방법을 도보, 자동차, 대중교통 세가지 경우로 나눠 소요시간과 거리를 도시 교통통제센터의 정보를 활용해 예상해 보여준다.

 모든 사물이 네트워크에 접속해, 어디건 끊김이 없는(seamless) 사회. 미래 네트워크가 구축된 사회다. 하지만 네트워크 자체와 그 위에서 구현되는 서비스를 바로 사람이 이용할 수 없다. 미래 네트워크와 그 서비스를 접하기 위해 사용자는 적절한 접점, 즉 단말기를 이용해야 한다. 때문에 발전된 네트워크, 진화된 네트워크는 바로 단말기의 진화도 필연적으로 이끌게 된다. 어디서나 사용자를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게 하는 미래 네트워크의 단말기, 그것이 바로 ‘커넥티드 단말기(connected device)’다.

 ◇단말기는 연결의 핵심=KISDI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커넥티드 단말기가 모바일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단말기와 이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를 총칭하는 개념이라고 정의했다. 기술적으로는 모바일 서비스를 제공받기 위해 이용하고 있는 무선랜(WLAN)과 2G/3G, 와이브로 등 무선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휴대용 기기를 통칭한다.

 최근 국내서도 판매 개시돼 이슈로 떠오른 아이폰을 비롯한 스마트폰은 물론이고 e북 단말기, 닌텐도 DS 등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이동형 단말기와 서비스가 모두 커넥티드 단말기에 포함된다.

 그 중에서도 미래 네트워크를 대표하는 커넥티드 단말기는 고성능 칩과 범용 운용체계(OS)를 활용함으로써 일반적인 휴대폰 기능은 물론이고 MP3, 디지털카메라, PMP 기능까지 구현할 수 있는 스마트폰 형태와 유사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더구나 최근 스마트폰에 와이파이(Wi Fi) 기능 등이 일반적으로 장착돼 유무선 네트워크와의 연계기능이 강화되면서 이동전화 단말기가 아닌 기존 대부분 정보단말기를 대체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엿볼 수 있다. GPS 기능이 내장된 아이폰이 유럽, 북미 시장에서는 기존 차량탑재용 내비게이션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것은 미래 네트워크의 커넥티드 단말기의 가능성을 짐작케 하는 단적인 예다.

 아마존 킨들, 삼성전자 파피루스, 아이리버 스토리 등 나날이 발전하는 e북 단말기 역시 미래 커넥티드 단말기의 강력한 후보 중 하나다. 과거 e북 단말기는 일반 PC를 통해 책을 내려받아 단순히 저장해 놓는 방식이 대부분이었지만, 무선 네트워크와 결합함으로써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 e북 단말기는 오프라인상의 도서정보를 디지털 단말기로 구현하는 것을 넘어 신문, 잡지, 영상, 교육 등의 정보서비스를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하고 있다. 이것이 미래 커넥티드 단말기로 진화했을 때는 모든 정부 네트워크와 사물 네트워크를 활용한 행정, 의료, 복지 등 공공서비스까지 제공하게 될 것이다.

 아마존이 최근 출시한 무선네트워크 내장 킨들이 출시하자마자 매진된 것이나 아이리버의 스토리의 초기 물량이 출시 즉시 매진된 것은 국내외서 e북 단말기가 가진 커넥티드 단말기로서의 가능성을 잘 보여 준다. 시장조사기관인 아이서플라이도 세계 e북 단말기 시장 규모가 지난해 1309만대에서 2012년에는 4740만대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개발과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이런 커넥티드 단말기의 개발은 꼭 네트워크의 진화에 후행하지 않는다. 소비자의 선호를 얻은 커넥티드 단말기 자체가 이를 지원할 네트워크 발전을 요구하고 이끌기도 한다.

 아이폰을 미국에서 독점 공급하는 AT&T는 미국 내에서 가장 좋은 3G 망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증가 일로에 있는 아이폰 데이터 사용량에 따라 네트워크 업그레이드 압박을 대내외에서 받을 수 밖에 없게 됐다. 또 네트워크를 활용한 사업자 입장에서는 서비스 보급률을 끌어올리는 걸 넘어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얻을 수 있는 방안으로도 커넥티드 단말을 활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이미 세계 각국에서는 미래의 네트워크와 연계할 수 있는 커넥티드 단말기 개발에 불이 붙은 상황이다.

 실제로 AT&T는 지난 2008년 10월 이머징 디바이스(Emerging Device) 사업부문을 신설하고 네트워크 접속 기능을 갖춘 단말 종류를 확대하고 관련 애플리케이션을 발굴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첫 번째로 넷북을 주목하고 AT&T의 월정액 통신상품과 넷북을 묶어 저렴하게 구매하는 넷북 무선 통신서비스 결합 상품을 출시, 넷북을 통한 데이터 서비스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여기에 2010년 3G 네트워크 접속기능이 탑재된 e북 전용단말 ‘eReader’를 출시할 예정이기도 하다.

 또 T모바일은 통신기능이 추가된 디지털 액자를 출시, 새로운 형태의 커넥티드 단말기 발전을 모색하고 있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는다.T모바일은 USA의 HSPA 모듈이 내장되어 전화번호가 심어져 있는 디지털 액자 Cameo는 7인치 크기의 스크린을 갖춰 휴대폰으로 찍은 사진을 MMS 또는 e메일로 받아 사진 액자에 곧바로 넣을 수 있는 기능을 갖췄다.

 미래 네트워크의 커넥티드 단말기의 개발과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최순욱 ETRC 연구기자 choisw@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