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인터넷 발전기금을 민간기업에서 조성하는 방안을 제도적으로 추진한다. 또 전자상거래·온라인광고·인터넷주소 등 인터넷 관련 분쟁을 총괄적으로 조정하는 ‘총괄 분쟁조정위원회’를 만든다. 포털 등 인터넷 업계는 발전기금 제도가 설득력이 떨어지는 반시장 논리인데다 외국 업체의 역차별도 있다면서 반발, 향후 입법 과정에서 진통을 예고했다.
1일 관계기관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방송통신위원회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인터넷 기반 서비스사업 기본법 초안을 마련하고 검토 작업에 착수했다. 이 초안은 방통위가 한국정보화진흥원에 용역을 줘 나온 연구 결과물이다.
법안은 인터넷 산업 규제와 진흥책을 담았으며 ‘인터넷기반 서비스 발전기금’을 조성하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
방통위는 기금 재원을 민간에서 조달할 방침이다. 아직 구체적인 방법을 확정하지 않았지만 포털 업계의 주수익원인 검색광고 매출에서 일부를 떼는 방안까지 거론됐다.
조성한 기금은 중소인터넷 업체 지원 등 이른바 인터넷 생태계의 선순환 구조 복원에 쓰일 예정이다. 포털의 기반은 기사와 동영상 등을 제공하는 중소 인터넷기업인 반면, NHN과 다음, SK커뮤니케이션 등 대형 포털이 인터넷 광고시장의 86% 이상 독점한 현 국내 인터넷시장 구조를 건전하게 바꾸겠다는 게 이같은 기금 마련의 배경이다.방통위의 이 같은 기금 조성 움직임에 인터넷 업계는 정면으로 반발했다. 공공재인 전파를 사용하고 일정 요건을 갖춰야 하면서 동시에 어느 정도 독점적 지위를 보장받는 방송이나 통신 업종과 달리 포털이나 게임은 시장 원리에 의해 움직이는 산업이라는 주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모 포털 업체의 임원은 “인터넷 발전기금은 기금 설치 관련 법의 과잉금지 원칙과 평등권을 위배하는 조치다. 국경 없는 인터넷 서비스 시장에서 구글 등 외국 기업은 이 대상에서 제외돼 역차별 우려까지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방통위는 이달 3일 오후 2시 한국정보화진흥원 대강당에서 정·관·산·학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인터넷기반서비스사업기본법안 공청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정부는 지식경제부·소비자원·문화부·방통위 등 각 부처가 담당한 인터넷 관련 분쟁을 총괄적으로 조정하는 “총괄 분쟁조정위원회’를 만들 계획이다. 이들 부처는 현 전자상거래·온라인광고·인터넷매체·인터넷주소 등 인터넷 관련 분쟁 업무를 나눠맡고 있다.
이와 관련, 방통위 관계자는 “인터넷 기반 서비스사업 기본법을 마련 중인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인터넷 발전기금에 관한 내용은 진성호 의원 등 일부 국회의원들이 추진해 온 사항일 뿐 방통위는 아직 아무런 결론을 내린 바 없다”고 전면 부인했다.
장동준·류경동기자 dj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