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묶고 ESCO 육성 구호만"

 정부가 거창하게 에너지절약전문기업(ESCO)산업 활성화를 외치고는 정작 내년 예산을 동결해 업계가 ‘말뿐인 활성화’라며 반발했다.

 1일 국회와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내년 예산안에서 ESCO 지원 규모가 올해와 같은 1350억원으로 동결됐다. 이 액수는 지난 2008년 추경예산을 포함해 1800억원이 지원됐던 것에 비해 30%가량 줄어든 규모다.

 무엇보다 정부가 지난달 초 ESCO산업을 5000억원 규모로 키우겠다고 자신 있게 활성화 방안을 내놓고서 불과 한 달 새에 ‘말 바꾸기’를 한 형국이라 업계의 반발이 거세다.

 예산 동결 소식을 접한 한 대기업 ESCO 관계자는 “지난달에 정부가 유례없는 ESCO 활성화 방안을 발표해 올해 예산이 늘 것으로 기대했는데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정부의 중소기업 우대 정책으로 ESCO 자금 1350억원 중 30%만 대기업이 사용할 수 있는데 그 액수가 고작 405억원”이라며 “공정 개선 같은 대규모 사업은 한 아이템당 100억원을 쉽게 넘어가는데 한 해에 불과 한두 사업밖에 추진할 수 없는 상황이 또 이어지게 됐다”고 한탄했다.

 불만은 중소ESCO들도 마찬가지다.

 한 중소ESCO 관계자는 “내년부터 목표관리제 도입 등 ESCO 사업을 추진할 좋은 여건이 형성되는데도 예산을 동결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지난 10월 최종 자금지원 신청 때 불과 8초 만에 남은 자금이 소진돼 (돈이 없어) 추진하던 사업을 연기했다”며 “내년에도 올해처럼 자금부족 사태가 발생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지경부 관계자는 “녹색성장 정책에 힘입어 다른 부서의 내년 예산은 대부분 줄었지만 에너지합리화사업 자금은 소폭 축소됐으며 ESCO는 동결하는 등 선방했다”며 “민간자금 활용 등으로 ESCO산업을 활성화할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내 ESCO 시장은 시중 금리의 절반 이하의 우대혜택이 있는 정부의 정책자금 중심으로 꾸려지고 있으며 민간 자금을 활용하는 사례는 드물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