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차 배터리 시장에서 리튬인산철(LiFePO4) 배터리가 급부상하고 있다.
리튬인산철 배터리는 매장량이 풍부한 철을 주원료로 하기 때문에 니켈·코발트·망간 등을 쓰는 리튬이온 배터리에 비해 가격이 30∼40% 저렴하다. 화학적으로 극히 안정된 구조여서 과열, 과충전 상황에도 전혀 폭발할 우려가 없다. 다만,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에 비해 무겁고 에너지 밀도가 다소 떨어진다는 단점을 가졌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카용 배터리는 그동안 리튬이온계가 대세를 이뤘지만 저렴하고 안전성이 높은 리튬인산철계가 잇따라 도전장을 내밀었다. 현재 리튬인산철 배터리는 썬더스카이, BYD 등 중국 업체들이 세계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크라이슬러를 비롯한 미국 자동차업계는 하이브리드, 전기차 분야에서 뛰어난 가격 경쟁력과 안전성에 주목하고 리튬인산철 배터리의 주문량을 크게 늘리고 있다. 차량 튜닝시장에서 무거운 납축 배터리를 리튬인산철 배터리로 전환하는 사례도 흔하다. 그동안 리튬이온계 배터리에 주력해온 한국과 일본 배터리업계는 향후 친환경 자동차 배터리 시장에서 강력한 경쟁자(리튬인산철)와 맞부닥치게 됐다.
LG화학, 삼성SDI 등 주요 배터리 업체들은 급성장하는 전기차, 하이브리드카 시장을 겨냥해 기존 리튬이온배터리 외에 리튬인산철 배터리도 함께 양산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한화석유화학(대표 홍기준)은 발빠르게 리튬인산철 배터리의 핵심소재인 LFP(리튬인산철) 생산공장을 내년 10월까지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이 공장은 2011년부터 연간 12만대 분량의 하이브리드카 배터리에 들어가는 리튬인산철을 양산하게 된다. 한화석유화학은 2015년까지 총 3000억원을 투입해 리튬인산철 생산량을 20배 늘릴 계획이다.
SK에너지는 리튬인산철 배터리를 포함해 차량용 2차전지의 성능 실험을 위해 제네시스를 비롯한 고급차 3대를 전기차로 개조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개조된 전기차는 최태원 회장을 비롯한 SK그룹 관계자들이 직접 타고 다닐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주목을 끌고 있다.
중견 배터리업체 E.I.G(대표 강석범)는 미국 하이브리드카 시장을 겨냥해 리튬인산철 배터리의 양산체제에 들어갔다. 회사 측은 신규 공장이 완성되는 내년 2분기에 리튬인산철 배터리셀의 생산규모를 월 28만개(220㎿급)까지 늘리고 차량용 배터리팩도 다양화할 계획이다.
윤석준 EIG 부장은 “앞으로 친환경자동차에 들어가는 중대형 배터리 시장은 리튬이온계가 고급형, 리튬인산철계는 중저가형으로 분류되어 양대산맥을 이룰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