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전하던 벤처 지표가 최근 갑작스럽게 부정적 반전했다. 올 들어 급증세를 나타내던 벤처기업 수는 10·11월 급격히 꺾였으며, 대기업과 일반 중소기업에 앞서 긍정적 경기전망을 내놓았던 벤처체감지수도 11월 기준치를 밑돌며 악화했다. 2일 발표 예정인 정부 2기 벤처기업 육성대책을 내놓으려 하지만, 이같은 흐름을 뒤집을지 주목된다.
1일 정부당국 및 기술보증기금에 따르면 11월(이하 월말 기준) 현재 벤처기업 수는 전달에 비해 5개사 밖에 늘지 않았다. 총 벤처기업수는 1만9085개사다. 폭발적인 증가세는 10월부터 꺾였다. 작년 12월 393개사 늘어난 것을 시작으로 올 4월(112개사) 5월(165개사)를 제외하고는 매달 318∼663개사 증가했던 벤처기업 수는 10월 72개사 증가에 그쳤고 지난달에는 그 수가 5개사로 내려갔다.
증가세가 꺾인 이유는 기술보증기금으로부터 벤처기업 확인을 받은 기업이 줄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해 기보측은 작년 10월부터 6조원 가량 보증을 늘려, 벤처 인증기업을 늘렸다. 그러나 최근 1년이 넘으면서 보증기금과 인증기업도 더불어 줄었다. 이 시기에 기술보증기금을 통해 벤처기업 인증확인을 받은 기업은 91.42%나 된다. 현재 기보 보증을 이용한 기업은 10만원의 수수료를 내면 1년간 벤처확인을 받는다. 연구개발기업, 벤처캐피털이 투자한 곳, 중소기업진흥공단 정책자금 대출을 받은 곳도 벤처 인증이 가능하지만, 기보 보증업체가 워낙 많다 보니 쏠림 현상이 크게 나타나고 있다.
올 4월 대기업에 앞서 체감경기가 기준치인 100을 넘었던 벤처기업 BSI 역시 대기업에 앞서 기준치가 무너졌다는 점도 심상치 않다. 벤처실질BSI는 3월 96을 마지막으로 4월부터 10월까지 100을 넘었다. 그러나 11월 96을 기록하며 8개월만에 100을 밑돌았다. 대기업을 대표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 BSI가 5월 100.9를 기록 한 이후 6·7월 90대로 다시 내려갔다가 9∼11월 100대를 기록하고 있는 것과는 차이다. 대기업에 비해 빠르게 경기회복을 느꼈지만 최근 갑작스럽게 불안 요소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벤처협회가 BSI와 함께 조사한 경영애로요인을 보면 자금확보 문제가 가장 많이 언급됐다. 올해 정부 지원자금이 대부분 소진, 경기 회복을 앞둔 내년도 자금 확보가 어려워질 것으로 기업들은 보고 있다.
벤처기업 경기를 전망하는 지표가 곤두박질 치고 있는 것은 수출에서는 호황을 띄고 있지만, 아직 바닥 실물경기가 살아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녹색성장 등을 주업종으로 하는 기업의 경우 기술개발을 이뤄지고 있지만 시장이 개화하지 않아 실제 수요를 창출해 내지 못한 탓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정부는 벤처 2만개사 돌파를 낙관했다. 2일 예정된 정부의 ‘2기 벤처지원대책’이 영향이 클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권혁상 중기청 사무관은 “중소기업 유동성 공급과정에서 추가 보증을 많이 해 급격하게 늘어난 측면이 있다”며 “다소 감소세를 나타나겠지만 이번 벤처육성대책에 다양한 지원책이 들어갈 예정이어서 2만개사 달성은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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