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 위기 처한 ‘인도양 마지막 낙원’

아프리카 세이셀, “기후변화 대책 없으면 바닷물에 잠길 것”

다음 주가 되면 세계인의 관심이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으로 쏠릴 것이다. 세계 192개국 정상들이 모여 지구온난화 대책 등을 논의할 예정인 제15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코펜하겐 기후변화회의)가 7~18일 2주간 코펜하겐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기후변화회의가 세계인의 관심을 모은다는 것은 그 만큼 지구온난화가 심각한 문제란 방증이기도 하다. 때문에 전 세계 언론들은 코앞으로 다가온 코펜하겐 기후회의와 관련해 여러 가지 전망을 앞다투어 내놓고 있다. 또 많은 이들이 코펜하겐 기후변화회의에서 획기적인 지구온난화 대책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주요 국가들의 이해관계를 비롯해 이것저것 복잡한 문제가 실타래처럼 얽힌 탓에 한바탕 ‘쇼’가 될 것이란 예상도 만만치 않다. 그러면서도 또다시 대책 마련을 기대하는 건, 지구온난화가 여러 가지 자연재해를 일으키고 있으며, 앞으로도 감히 예측하기 어려운 재난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달에도 세계 각국에선 태풍·폭설·가뭄·지진 등 재난이 끊이질 않았다. 이 가운데 태풍·폭설·가뭄은 직간접적으로 지구온난화의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로 극지방의 빙하가 녹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린 건 이미 오래전 일이다. 게다가 얼마 전에는 히말라야 산맥을 비롯해 안데스 산맥, 킬리만자로산 등의 만년설도 빠르게 녹고 있다는 경고가 나오기도 했다.

이대로 계속 가다간 어떤 재난이 닥칠 줄 아무도 모른다. 많은 과학자들이 지구온난화로 인한 여러 가지 재난을 예고하고 있지만, 그 재난이 얼마만큼 피해를 입힐지에 대해선 누구도 섣불리 말할 수 없는 형편이다.

게다가 하루빨리 지구온난화 대책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에 밀어닥칠 위험에 직면한 사람들도 있다. 아프리카 동부 인도양에 자리한 섬나라 세이셀 공화국 국민이 겪는 형편이 그렇다.

116개 섬으로 이뤄진 세이셀은 면적이 약 455㎢로, 제주도의 4분의1 크기에 불과한 작은 나라다. 인구도 약 8만명뿐이다. 하지만 자연이 아름답고 진귀한 동식물이 많아 ‘인도양의 마지막 낙원’이라 불린다. 경제는 주로 농업과 어업에 의존하며 관광 수익도 짭짤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 아름다운 섬나라 국민에게 지구온난화는 생사가 걸린 문제다. 기후변화로 바닷물이 점점 차올라 살 땅이 좁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구온난화 주범으로 꼽히는 온실가스와 무관한 나라에 살면서도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경우라 할 수 있다. 세이셀 국민 입장에선 규모는 작을지라도 지구 종말을 그린 영화 <2012>가 현실로 다가오는 셈이다.

세이셀이 처한 상황은 올해 2월26~27일 케냐 나이로비에서 열린 유엔 해비타트(UN-HABITAT·인간정주위원회) 기후변화에 관한 시장회의에 참석한 세이셀 수도 빅토리아 시장인 마리 앙투아네트 알렉시의 경고에서 잘 드러난다. 알렉시 시장은 국토를 잃을 위험에 처한 세이셀 처지를 호소하며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모든 나라들이 협력할 것을 요청해 관심을 모았다.

그는 “모든 국가들이 기후변화에 맞서 싸우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고 주문하면서, “세이셀 116개 섬은 기후변화의 최전선에 있는데, 하루빨리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우리는 해변과 관광객, 우리 땅과 삶을 송두리째 잃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재난포커스(http://www.di-focus.com) - 이주현 기자(yijh@di-foc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