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리우스 게나촙스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 위원장이 1일(현지시각) 광대역통신망 확충을 위한 ‘보편적 서비스 기금(USF) 제도 개선’과 ‘사업자 간 주파수 공유 촉진’을 시사했다.
설비 투자 보조 체계를 바꾼다는 점에서 미국 방송통신 규제·진흥 정책의 전환점이 임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게나촙스키 위원장은 이날 워싱턴DC에서 열린 경제혁신콘퍼런스에서 “미국 광대역통신망의 효용을 개선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매년 70억달러에 달하는 미 연방 전화보조금 프로그램(USF)을 재정비하고, 이동통신용 주파수를 더 많이 재할당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매년 수십억달러에 달하는 USF가 구시대 통신 설비에 지원되는데, 이를 광대역통신망에 지원할 수 있게 방향을 다시 세울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주파수 유연성을 높이고, 이미 할당한 전파의 사용권(라이선스)을 쓸 수 있는 제2의 파생적 시장을 여는 데 주목할 것”이라고 말해 주파수 공동이용 허용 가능성을 엿보게 했다.
게나촙스키의 이런 발언은 더욱 싸고 넓게 이용할 인터넷 서비스 체계를 만들기 위해 기존 통신산업질서를 흔들어놓으려는 강력한 신호로 해석됐다. 구체적으로 USF로부터 광대역통신망 설비 확충 자금을 마련하고, 방송사업자의 주파수를 이동통신에 쓸 수 있게 하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FCC는 소비자의 전화요금으로부터 걷는 USF를 집 전화나 시골 지역 전화뿐만 아니라 광대역통신망 설비 자금으로 쓸 수 있게 할 계획이다. 당장 규모가 작은 지역 전화회사와 국회의원의 반발에 직면한 상태여서 실현 여부에 시선이 모였다.
방송 주파수 회수·재배치에 대한 방송사업자의 저항도 거세다. FCC는 TV 방송사업자에 할당했으나 모두 쓰이지 않는 전파를 회수해 이동통신용으로 경매할 계획이나, 해당 방송사업자들은 “여유 주파수로 무료 디지털 채널을 시작하겠다”거나 “모바일 TV 서비스용으로 쓰겠다”고 맞선 상태다.
미국 내 방송사업자의 주파수는 장애물을 투과하거나 에돌아 닿는 효율이 좋아 통신사업자들이 몹시 탐내는 전파자원이다. 통신사업자뿐만 아니라 구글처럼 사업 영역 확장을 꾀하는 기업들이 FCC의 정책 관철을 기대하는 이유다.
브래틀그룹의 경제전문가 콜멘 바젤론은 “(미국의) TV 전파를 이동통신에 쓰면 시장가치가 640억달러(약 73조8600억원)에 달하지만, TV 방송용으로 그대로 남겨두면 120억달러(약 13조8500억원)에 머물 것”이라고 주장해 FCC와 통신사업자들을 거들었다.
게나촙스키는 “광대역 이동통신을 위한 새 주파수의 이용을 증대할 길을 찾아야 한다”며 “최신 기술과 소비자 요구에 역행하는 해묵은 주파수를 재할당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