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한 하루 일과를 마치고 서둘러 집으로 돌아온다. 대문 앞에 다가서자 뭔가 긁는 소리가 들린다. 도둑일까? 긴장된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문을 여는데 갑자기 뭔가가 훌쩍 뛰어오른다. 깜짝 놀라 그 물체를 확인하는 순간, 긴장된 얼굴은 환한 미소로 바뀐다. 언제나 나를 반겨주는 애완견 ‘차니’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애완동물을 길러본 적이 있는가. 있다면 다음 질문의 답을 생각해보라. ‘왜 애완동물을 키우는가?’ 귀여워서, 외롭거나 무료해서, 자녀가 졸라서, 혹은 과시가 목적인 경우도 있겠다. 한편, 나는 애완동물을 좋아하는 아내가 불쑥 잉글리시 코커 스파니엘 한 마리를 데려오는 바람에 키우기 시작했다.
오늘은 곁을 떠난 차니의 기억을 더듬으며 애완동물을 보는 시각을 뒤집어보려 한다. 주인이 아닌 애완동물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본다는 것으로, 이러한 관점의 전환은 새로운 아이디어의 근원지가 된다.
예를 살펴보자.
사람들이 심심할 땐 TV도 켜고, 닌텐도 게임도 즐기며, 애완동물과 즐거운 시간도 갖는다. 그런데, 애완동물의 입장은 어떨까, 그들이 심심할 땐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주인에게 달려가 놀아달라고 보채보지만 바쁘다며 귀찮아 한다. 심심한 그들을 위해 머리를 모아보자. 어떤 아이디어가 가능할까.
Bolt Interactive Pet Laser Toy는 고양이의 심심함을 달래준다. 주변에 레이저 빔을 쏘면, 고양이는 춤추는 빔을 쫓아 열심히 뛰어다닌다. 이러한 아이디어는 경계심, 호기심 많은 고양이의 습성을 잘 살핌으로써 만들어진다.
‘www.youtube.com/watch?v=MggkBNasaCY’에서 그 광경을 볼 수 있는데, 고양이가 정말 즐거워하는지, 아니면 괴로워하는지 알 수 없다. 물어볼 수도 없고…. 다행히 15분 후 자동 종료되는 안전장치가 있다.
차니와 함께 야외로 나가면 공(혹은 깡통) 던지기 놀이를 했다. 차니는 놀이를 하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 혹시 힘이 약한 주인을 원망하지는 않았을까.
Dog Tennis Ball Launcher는 강아지가 좀 더 활기찬 놀이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석궁처럼 테니스 공을 장전해 쏘기 때문에 힘이 약한 아이들도 공을 멀리, 그리고 정확하게 보낼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강아지를 순발력 있게 만들어준다.
지난 11일 초소형 강아지 ‘담비’의 추모제 소식으로 애완동물에 대한 인간의 이기심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제, 애완동물을 하나의 생명체로 인식하고 인생의 따뜻한 동반자로 함께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김원우 KT 중앙연구소 부장, 디지에코 퓨처UI 연구포럼 시솝 wwkim@k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