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아이폰 출시 이후 국내 휴대폰 소비자들이 고민에 빠졌다. 아이폰이 보조금과 요금제 상품으로 구입 부담이 줄어든데다 이를 견제하기 위한 SK텔레콤과 삼성전자 등의 대응으로 옴니아2 등 최신 스마트폰들의 가격이 크게 떨어져 구입 부담이 줄었기 때문이다.
국내 스마트폰 시장이 개화를 시작했다고는 하지만 아직 메가트렌드를 이끌 제품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다가올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 특수를 앞둔 스마트폰 시장에서 네갈래 길로 갈라선 소비자들의 행보를 살펴봤다.
◇아이폰파=이 그룹은 지난 1년간 아이폰의 국내 출시를 고대해온 대기 수요자들이다. 이미 지난주 마무리된 온라인 사전예약을 통해 아이폰을 손에 쥐는 6만5000여명이 대부분 포함된다. 특히 일부 매장에서 가입비·유심비 면제, 액세서리 제공 등 추가혜택까지 내놓기 시작하면서 다소 늦더라도 더 나은 조건을 찾겠다는 대기수요도 여전하다. 이에 따라 당초 15만∼20만대로 예상됐던 아이폰 판매량은 50만대를 가량이 될 것이라는 관측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 수치는 올해 국내 시장의 스마트폰 판매 예상치와 맞먹는다.
◇옴니아파=아이폰 열풍에 흔들렸지만 최근 이뤄진 삼성전자 옴니아2의 가격하락에 흔들린 그룹이다. 지난 10월 T옴니아2를 출시한 SKT는 아이폰 출시 이틀전 보조금을 두배로 늘리며 가격을 크게 낮춰 소비자들의 아이폰행에 제동을 걸었다. 이는 곧 아이폰의 매력을 인정하면서도 상대적으로 우세한 하드웨어 스펙과 DMB 기능, 유기발광다이오드(아몰레드) 화면, 분리형 배터리 등 옴니아2가 가진 강점에 주목한 스마트폰 고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T옴니아2는 출시 한달만에 7만대의 판매고를 보이고 있다.
더욱이 KT가 지난 1일 정식 출시한 쇼옴니아2는 처음으로 ‘WCDMA+와이브로+와이파이’ 3W를 지원하는 강력한 네트워크 기능과 아이폰과 비슷한 수준의 보조금 지급방침이 정해지면서 구매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외산파와 관망파=업계와 소비자의 시선이 아이폰과 옴니아2에 집중된 가운데도 림(RIM)의 ‘블랙베리’와 노키아의 ‘5800 익스프레스뮤직’를 비롯해 HTC의 ‘터치다이아몬드’, 소니에릭슨의 ‘엑스페리아2’ 등 앞서 출시된 외산 스마트폰들에도 틈새수요가 이어지고 있다. 아이폰 출시로 사실상 공짜폰에 가까워진 이들 폰들은 스마트폰으로서 기본기능에는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을 들어 실속파 수요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관망파도 있다. 이 부류는 IT와 모바일 기기에 밝은 이른바 ‘얼리어댑터’ 층이 포진하고 있다.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소개될 안드로이드폰과 고성능 윈도폰에 주목하고 있는 그룹으로 모토로라의 ‘드로이드(Droid)’와 소니에릭슨의 ‘엑스페리아X10’, 그리고 HTC의 ‘HD2’ 등을 후보군에 올리고 있다.
윤정호 로아그룹 책임연구원은 “아이폰이 매니아층을 중심으로 한 관심과 열기 속에 국내 스마트폰 시장의 개화를 알렸지만 시장전반을 이끄는 메가 트렌드는 향후 본격 출시될 안드로이드폰이 이끌 가능성도 있다”며 “내년에는 윈도 중심에서 벗어난 스마트폰의 OS 다양화가 이뤄지면서 국내 시장도 100만대 이상의 수직 상승세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정환기자 vict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