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형 로봇배우 공연서비스 펼칠터”

“이동형 로봇배우 공연서비스 펼칠터”

“첨단로봇을 기술이 아니라 콘텐츠의 관점으로 바라보면 세상을 훨씬 풍요롭고 재미있어집니다.”

김준섭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9일 국립과천과학관에서 상설공연에 들어가는 로보라마(무인연극공연)를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다. 그가 감독한 로보라마는 사람 대신 로봇배우가 등장하고 극장시스템 자체를 기계화시켜서 모든 공연과정이 사람의 개입없이 진행된다. 이미 인천도시축전에서 두달간 수십만명의 어린이들이 로보라마를 구경한 바 있다.

“많은 분들이 로봇이란 힘든 일을 대신하는 도구라는 고정관념을 갖고 있어요. 로보라마는 로봇이 인간의 감성을 자극하는 콘텐츠 전달도구로써 효용성을 입증했다고 봅니다”

김 교수는 과천 과학관에서 선보일 로보라마는 오즈의 마법사를 새롭게 해석한 스토리가 될 것이라 소개했다. 사자와 허수아비, 양철 나무꾼으로 분장한 3명의 로봇배우가 등장해서 서로의 약점을 감싸면서 목적지를 찾아간다는 내용이다.

“해외서도 로보라마와 같은 형태의 무인공연극이 장기공연에 성공한 사례는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로봇기술과 가상현실 등이 접목된 첨단 무대공연은 비보이, 난타처럼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상품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해외관광객들이 한국에서는 로봇공연을 즐겨 보게 된다면 산업적 효과가 클 겁니다”

로봇배우의 숫자가 늘어남에 따라 무대 전체를 실시간 제어하는 데 큰 어려움이 따른다. 그는 스토리에 따라서 로봇배우, 무대, 조명, 음향을 통합제어하는 기술환경이 뒷받침돼야 언제 어디서나 똑같은 품질의 로봇공연이 가능해진다고 설명한다.

김 교수는 “인간배우가 출연하는 공연이 훨씬 감동적이고 완성도가 높다”고 인정하면서도 “로봇공연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장기간 공연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일장일단이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로봇전문업체 로봇에버와 손잡고 로보라마의 공연무대를 컨테이너 박스 모양의 움직이는 무대로 디자인해서 공연을 요구하면 어디라도 찾아가는 이동형 공연서비스를 펼칠 계획이다. 로보라마를 브랜화된 문화상품으로 만들어서 공연예술의 표현기술과 영역을 한단계 넓힌다는 점에서 이번 장기공연은 의미가 크다고 말한다.

“현재 로봇대회를 보면 싸우고 부수는 폭력적 이미지가 강합니다. 어린이 및 청소년들에게 로봇이 양질의 문화콘텐츠로 변모하는데 보다 많은 사회적 관심을 기대합니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