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중반으로 가는 이명박정부가 ‘창업’과 ‘일자리 창출’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기 위해 결국 ‘벤처’를 선택했다. 홍석우 중소기업청장의 발언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홍 청장은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가진 ‘2기 벤처기업 육성대책’ 발표 브리핑에서 “이 대책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 벤처기업 창업 및 성장 촉진이 가장 주요하다는 범정부적 공감하에 다시 한번 벤처 붐을 조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벤처육성대책은 지난주 청와대에서 열린 ‘비상경제대책회의’ 후속이다. 이날 벤처기업 및 유관기관 그리고 청년 창업인들이 참여한 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강력한 지원 필요성과 의지 역설이 정책에 힘을 실은 것이다.
그동안 벤처 지원책이 ‘창업→성장→재기, 재도약’의 단계별로 나왔다면 제2기 대책은 이들 각 단계의 지원내용을 종합적으로 다뤘다. 벤처 붐 조성을 향한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
대책의 주요 특징을 보면, 벤처 자금지원이 융자에서 투자로 바뀐다. 에인절 투자를 주축으로 하는 미국식 벤처 지원을 가능하게 하겠다는 취지다. 이를 위해 벤처캐피털산업을 크게 챙겼다. 2012년까지 민관 공동으로 3조5000억원이라는 투자 재원을 조성, 벤처캐피털업계가 예측 가능한 상황에서 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했다. 극도로 소극적인 민간 및 기관투자자의 벤처펀드 참여 유도 정책 그리고 벤처캐피털업계의 과감한 투자 유도 정책도 눈에 띈다. 대학과 보험사의 벤처펀드 출자 및 해외기관과 공동펀드 결성도 허용됐다. 이를 통해 현 벤처투자비중이 미국(42%)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우리나라(14%) 연기금 투자비중을 미국 수준으로 확대하겠다는 의도다.
정부 신용보증기관인 기술보증기금을 벤처투자시장으로 끌어들인 것도 주목된다. 창업기업 보증연계형 승수투자제도는 벤처캐피털과 기보가 두 번 검증하고 이를 통해 위험도가 큰 초기 기업에 자금이 들어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 벤처 버블 붕괴 후 초기 벤처에 투자했다가 큰 손해를 봤던 벤처캐피털업계를 다시 움직이는 동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청년기업가 정신 확산과 대기업의 사내 및 분사창업 촉진 방안도 마련됐다. 2000년 전후같이 대학생과 직장·연구소 창업이 활기를 띠지 않는 이유로 기업가 정신과 대기업 분사창업이 미흡했기 때문으로 판단했다. 정부는 이들을 창업 전선으로 이끌어낼 예정이다. 대기업이 30% 이상 출자한 경우 중소기업으로 인정한 점,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연대보증 면제 활성화 등이 그것이다. 아쉬움이 있다면 대표적인 중소·벤처기업 지원기관인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의 연대보증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 홍석우 청장은 “앞으로 검토할 주제로 삼기로 했다. 더 검토를 하겠다”고 말해 해결 가능성을 남겨 놨다.
‘제2기 벤처기업 육성대책’에서 확인된 것은 벤처 활성화를 향한 정부의 강한 의지다. 업계도 오랜만에 나온 포괄적 지원책에 큰 기대감을 드러냈다. 서승모 벤처기업협회장은 “각종 지원책이 망라됐다. 기업들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2기 벤처 붐이 실제로 일어날 수 있도록 협회 차원에서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함께 분위기를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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