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4년 11월. 이헌재 부총리는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벤처기업인들과의 간담회에서 “(제2의 벤처 붐을 위해) 불쏘시개로는 어렵고 석유를 뿌리는 등 특별 조치를 취하겠다”는 인상적인 발언을 남겼다. 그리고 그해 12월 24일 벤처활성화 대책이 발표됐다. 이번 벤처지원책에 버금가는 이른바 크리스마스 ‘종합선물세트’였다.
정권 중반에 돌입하면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무감이 ‘벤처’로 눈을 돌리게 했지만 정책은 이어지지 못했다. 말로 꾸며진 크리스마스 선물세트였을 뿐이었다. 그 이듬해 후속 대책이 나오는 등 많은 노력이 있었지만 돌이켜 보면 ‘성공’보다는 ‘실패’에 무게가 실린다. 후속대책 마련과 점검이 제대로 지속적으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MB정부도 5년 뒤 비슷한 시기에 ‘제2기 벤처기업 육성대책’을 내놨다. 대통령제에서 정책이 성공을 거두려면 대통령이 이 부문에 얼마나 관심을 기울이느냐가 중요하다. ‘녹색성장’처럼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점검해야만, 정책이 만들어지고 추진된다. 창업-성장-재기, 재도약으로 이어지는 벤처사이클은 정책 발표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홍석우 중기청장은 이번 대책을 “‘벤처’라는 용어가 정책입안자, 기업가 입에 자주 오르게 함으로써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하고자 하는 것이 취지”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지난주 청와대 회의에 참석한 서승모 벤처기업협회장도 “중요한 것은 벤처에 대한 대통령의 관심을 확인했다는 점”이라고 표현했다.
‘제2의 벤처 붐’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다시는 정책적 오류를 범해선 안 된다. 정권이 바뀐 5년 후 제2의 벤처 붐 조성을 위한 지원책이 다시 나온다면 우리는 현 정부를 또다시 실패한 정부로 규정지을 수밖에 없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