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특허괴물 피소 세계 1위…LG도 6위

삼성이 마이크로소프트·모토로라·소니 등 굵직한 다국적 기업을 제치고 특허 피소 건수 1위를 기록했다.

2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특허분쟁사이트인 페이턴트프리덤(www.patentfreedom.com)을 인용한 보고서 ‘기업의 전략적 기술관리’에 따르면 2004년부터 2008년까지 5년간 삼성의 특허 피소 건수는 38건으로, 각 34건인 마이크로소프트와 모토로라보다 많았다. HP(32건)와 A&T(30건)가 이들 기업의 뒤를 이었으며, 소니는 LG와 함께 29건이었다.

우리 대표IT기업들의 특허 피소 건수가 많은 것은 미국 시장에 폭넓게 진출해 있는데다가 특허와 저작권 측면에서 우리나라가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이에 따라 특허소송으로 수익사업을 펼치는 ‘특허괴물’(Patent Troll)의 집중 공격 대상이 된 것으로 보인다. 특허괴물은 제품을 생산하거나 판매하지 않으면서 특허만을 매입해 로열티나 소송 합의금을 챙기는 회사로, 인텔렉추얼 벤처스(Intellectual Ventures) 등 세계적으로 220여개가 활동하고 있다.

김민성 전경련 미래산업팀 연구원은 “특허괴물의 출신국이 주로 미국인데 미국은 우리 IT대기업들의 주요 수출국”이라며 “우리가 미국·일본 등에 비해 기업 역량이나 제도 측면에서도 특허인식이 앞서 있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배경을 밝혔다.

실제로 전경련이 국내 주요 연구개발(R&D)투자기업 3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전체 기업의 90%가 특허괴물 공격을 받았거나,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전경련은 특히 이들 특허괴물은 반도체와 휴대폰, 디스플레이 등 IT 관련 기업에서 향후 이들 분야를 포함한 신성장 동력인 환경·에너지·바이오 등으로 공격 범위를 넓혀갈 것으로 기업들의 대응을 당부했다.

김민성 연구원은 “철저한 사전 기술조사를 통해 분쟁 소지를 예방하고, 동종 업계와 연계해 특허 매입자의 매입 현황을 지속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우리 기업도 방어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특허 선점을 통해 공격을 사전에 차단하거나, 마이크로소프트 등 외국 기업처럼 특허 자체를 비즈니스 아이템으로 선정해 수익을 창출하는 전략도 고려해볼 만 하다”고 말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