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 기후변화의 정치학

[화제의 책] 기후변화의 정치학

 ◇기후변화의 정치학 

 ‘우리는 그저 앉아서 기다릴 뿐이다. 인류가 이미 온실가스를 엄청나게 배출했기 때문에 우리가 어떤 성공을 거두더라도 기후변화의 영향을 피할 수 없다.’

 서글프되 외면할 수 없는 진실이다. 영국 상원의원이자 런던정치경제대학 명예교수(사회학)인 지은이의 시원시원한 지적이 진실에 무게를 더한다.

 ‘지구온난화 문제로 정치적 이득을 취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버려라.’

 지은이가 정치인 가슴에 꽂는 비수다. 지구온난화 문제를 정치에 이용하고픈 유혹이 상당할 텐데 포기하라는 것. 특히 정부나 집권 여당이 국민의 지지를 얻지 못할 경우에는 더욱 유혹적일 것이라고 적시했다.

 비수는 더 있다. ‘사회 정의 문제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기후변화의 영향으로부터 사회 빈곤층을 보호할 특별한 대책들이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그들은 가장 큰 희생자가 될 것’이란다.

 국가가 할 일도 명확하게 제시했다. ‘오염자 부담 원칙을 제도화할 수 있게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고, 기후변화 대책을 막으려는 산업계 요구를 물리치라’고 충고했다. 환경비용을 발생시킨 당사자에게 책임(비용부담)을 묻고,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목표에 기업의 역량을 쏟게 하라는 얘기. 기업과 산업계가 갑작스레 이타심을 발휘해 기후변화 대책에 팔 걷고 나서기를 기대해서는 이룰 게 없다는 게 지은이의 시각이다.

 “20∼30년 기간을 잡아서 빽빽하게 목표를 제시하면 정부 장관들이야 기분 좋겠지만, 우리는 그런 목표보다 수단에 집중해야 한다. 기후변화 문제에서 그런 허황된 약속은 아무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며, 그러는 사이에 온실가스 농도만 더 높아질 것이다.”

 정치적 꼼수를 놓고, 할 일을 하자는 뜻으로 읽혔다. 오는 7일부터 18일까지 코펜하겐에서 ‘제15차 국제연합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가 열린다. 온실가스 감축 기준인 ‘교토의정서’의 대체를 꾀하는 자리다. ‘온실가스 이기주의’를 견지해온 미국이 어떤 태도를 보일지 지켜볼 일이다. 앤서니 기든스 지음, 에코리브르 펴냄, 2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