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자동차(대표 장 마리 위르띠제)는 지난 1일, 회사 출범 이래 처음으로 중앙연구소와 디자인센터를 언론에 공개했다. 또 내년 1월 말 출시 예정인 뉴 SM5를 전격 공개해 참석한 기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이날 르노삼성자동차 측에서는 뉴 SM5 실차와 인테리어를 볼 수 있는 모크업을 전시했지만 직접 만져보거나 앉아 볼 수는 없도록 했다. 물론 사진을 찍을 수도 없었다. 전적으로 디자인만 공개한 셈이며 제원이 아닌 최신 사양 일부만 함께 공개했다.
그런데 이런 언론 공개 행사를 르노삼성자동차 최초로 중앙연구소와 디자인센터에서 실시한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그동안 르노삼성자동차가 선보인 SM5, SM3, SM7, 그리고 QM5 등은 모두 르노 닛산 얼라이언스에서 베이스 모델을 가져와 디자인과 사양 일부를 개선하고, 엔진 등 파워트레인 일부를 튜닝해서 선보인 모델들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공개한 뉴 SM5는 디자인과 개발 초기 단계부터 르노삼성자동차 중앙연구소와 디자인센터가 주도적으로 작업을 이끌어서 개발했다. 이 점을 강조하기 위해 전격적으로 중앙연구소와 디자인센터를 공개한 것이다. 다시 말해 ‘이곳에 있는 이 설비와 시스템을 가지고 우리가 직접 디자인하고 개발했다’는 사실을 역설한 것이다.
르노삼성자동차 중앙연구소는 1997년 삼성자동차 중앙연구소로 문을 연 후 2000년 현재의 이름으로 바뀌었고, 최근 3년간 약 450억원을 투입, 연구 설비를 확충해 현재는 세계적인 수준의 연구개발 시설로 성장했다. 디자인센터는 2003년 12명의 인력으로 시작해, 현재는 약 45명으로 늘어난 종합 디자인센터로 발전했다.
이날 기자단은 중앙연구소와 디자인센터를 차례로 둘러봤다. 혹서와 혹한의 극한 내구 테스트를 실험실 조건에서 진행하는 ‘핫 윈드 터널’과 ‘콜드 윈드 터널’을 시작으로, 주행 중 차체의 다양한 소음 원인을 찾아내 개선하는 진동 소음팀의 ‘반 무향실’, 12개의 유압 실린더로 차체를 4코너×3채널로 다양하게 진동시켜 실제 프루빙 그라운드나 도로를 주행하는 것과 같은 상황으로 내구성 테스트를 진행하는 ‘B12V 시뮬레이터’, 전자파 방출 시험과 내성 시험을 통해 전자파로 인한 차량의 전자장비 장애를 개선하는 ‘전자파 적합성 평가’ 등 글과 사진으로만 봤던 다양한 신차 개발 과정과 설비를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이들 중 B12V 시뮬레이터는 1개월 반 정도의 실험으로 실제 자동차가 20년 동안 40만㎞를 주행하는 것과 동일한 실험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설명과 함께 시연을 보여줘 주목을 끌었다.
뒤 이어 르노삼성 자동차 디자인 작업의 심장부를 공개해 쾌적한 작업 환경에서 최고의 디자인을 이끌어 내고 있는 그 산실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하이라이트인 뉴 SM5가 공개됐는데, 최근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현대 쏘나타와는 아주 대조적으로 우아하고, 세련되며, 정교한 이미지를 형상화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지나치게 역동적인 쏘나타의 디자인 관점에서 보면 상대적으로 아주 차분한 느낌으로 다가오겠지만 그동안 르노삼성, 특히 SM5가 보여 주었던 질리지 않으면서 오랫동안 함께할 수 있는 이미지는 잘 유지하고 있는 듯했다.
디자인 못지않게 궁금한 차체 크기와 엔진 등의 제원은 전혀 밝히지 않아 기자들뿐 아니라 뉴 SM5를 기다리고 있는 예비 고객들의 궁금증은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다.
박기돈기자 nodikar@rpm9.com